(한국의 정체성)의 저자 탁석산(50) 씨가, 한국사회에서 50대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성찰한 책 (대한민국 50대의 힘)(랜덤하우스)을 썼다. 한국의 희망을 ‘사오정ㆍ오륙도’(45세 정년ㆍ56세에 직장에 있으면 도둑)로 위로해온(혹은 기 죽여온) 50대에서 찾자는 것이 책의 요지다.
“지금의 20대는 100세까지 산다고 하잖아요. 고령화 사회의 50대가 사회생물학적으로도 우리 사회의 허리지만, 경제적 양극화와 이념 대립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그 끊어진 허리를 이을 희망의 세대이기도 합니다.”
논거로 그는 우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가난에서 풍요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국가주의에서 세계화로 모든 것이 요동 치던 시대를 살아온 50대의 인간에 대한 이해다. “386의 약점이 인생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성을 그들은 모르죠. 386이 이념서적을 읽은 세대라면, 50대는 문학과 인문학의 고전을 읽은 세대예요.” 그는 이념 편중의 세대가 세상을 이끈 지난 5, 6년을 돌이켜보라고도 말했다.
또 50대는 ‘말에 앞서는 실천의 세대’라고 그는 말한다. “말을 앞세운 386과 달리 50대는 실제 실천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세대”라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부모를 위해, 또 사회를 위해 ‘할 만큼 한 세대’여서 무엇에도 구애 받지 않아도 되는, 요컨대 인생에 빚이 없는 세대가 또 50대다. “그러므로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원하던 인생을, 희망하던 사회를 만드는 데 헌신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젊어서 국가주의, 집단주의, 대가족 서열중시, 공동체의 시대를 살았고, 최근 10여 년 동안 극단적 개인주의 문화도 경험한 만큼 두 문화의 장점을 조화해 세대간 네트워크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이기도 하고, 어려운 시절과 최근의 구제금융 시련까지 겪은 만큼 이상주의에 빠지지 않을 세대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50대 예찬의 논거들이다.
책을 집필하면서 그는, 다양한 성향의 50대들을 인터뷰했다. 의사, 변호사, 정치인, 농부, 기업인, 학자…. “이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자 다들 ‘나도 할 말 있다’는 반응이었어요. 세상은 50대를 위로한답시고 기를 죽여왔는데 그게 모두 사회적ㆍ세대적 편견의 결과이자 원인이라는 겁니다.”
그는 이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50대 자신들부터 달라져야 하고, 달라진 50대가 주축이 돼 ‘상식이 통하고 신뢰가 바탕이 되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우 이념대립이 치열하지만, 시민들은 그들 모두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의 생각과 생활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스캔들로 최근 낙마한 청와대 홍보수석이 단적인 예입니다. 최악은 말과 생각은 좌파인 척 하면서 생활은 우파인 경우지요.” 그는 좌파적 삶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근검절약을 들었다. 필요한 만큼 쓰고 남는 것을 나누는 삶이다. “저는 인간이란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우파로 기운다고 봅니다. 그랬거나 말거나 생활 만큼은 좌파적이어야 합니다. 신뢰는 거기서 생깁니다.”
그는 세대론의 함정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념과 지향이 달라도 한 시대를 공유한 자들의 내면을 흐르는 공통점은 있을 것이다. 50대의 한 해를 산 그는 “이 책은 나의 이야기이자, 이 땅의 모든 50대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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