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기계를 수출하는 것처럼 속여 수출이 금지된 포탄 생산 설비와 기술을 미얀마에 1,400여억원을 받고 넘긴 방위산업체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국내 업체가 방산물품 설비와 기술을 통째로 넘기는 플랜트 방식으로 불법 수출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얀마는 방산물자 수출이 엄격히 통제된 국가여서 이번 사건은 우리의 무기수출 관리 시스템상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얀마는 남북 동시 수교국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건주)는 6일 미얀마에 포탄 생산설비와 기술 등을 불법 수출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 사장과 대우종기(현 두산인프라코어) 김모 부사장 등 7개 업체 임원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외국에 머물고 있는 양재신 전 대우종기 사장 등 2명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종기는 2002년 105㎜ 곡사포용 고폭탄 등 6종의 포탄 제조설비 및 기술 일체를 1억3,338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1,640억원)를 받고 플랜트 방식으로 수출하기로 미얀마 국방산업소와 계약했다. 포탄 신관 기술을 갖고 있는 P사, 신관 표면 열처리 기술을 갖고 있는 N사 등 4개 방산업체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했다. 제조 기술을 넘기기로 한 포탄 가운데에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계약에 따라 최근까지 전략물자 33종 등 포탄 제조장비 480종을 수출하고 미얀마 기술자에게 생산기술을 교육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얀마 훈련생들을 국내에 입국시켜 관련 기술을 교육하기도 했고 미얀마 국방산업소 측에 탄체 도면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이었던 김모(55)씨는 포탄 신관 관련 핵심 도면을 대량으로 복사해 빼돌린 뒤 연구소를 그만두고 P사를 만들어 이 계약에 참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업체들은 포탄 생산을 위한 장비 대부분을 설치하고 계약금의 90% 가량을 받았지만, 현지 기술이 부족해 포탄 생산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탄 제조설비와 기술은 국제규범인 바세나르 조약 등에 의해 수출이 통제돼 있어 관계 부처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또 미얀마는 우리 정부가 ‘방산물자 수출 요주의 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방산물자 수출이 불가능한 나라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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