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5일 2007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수출과 내수의 연계고리가 끊기면서 수출의 비중이 큰 경제성장률과 체감 경기간의 괴리가 커진 상태지만 성장률이 올해보다 0.6%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내년 살림살이가 올해보다 휠씬 팍팍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특히 상반기 성장률은 4.0%까지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과 기업, 정부 모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경제전망에 관해 최고의 권위를 지닌 한은이 경기회복세가 상반기 중 빨라져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4.7%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만큼 희망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한은은 부분별 전망에서 올해 부진했던 건설투자를 제외한 민간소비 등 대부분 분야에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취업자수 증가세 둔화, 높은 가계채무부담 및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성 지출 증가로 올해 4.2%에서 4.0%로 낮아진다.
수출 증가율도 세계경제성장의 감속 추세로 올해 12.9%에서 10.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도 20억 달러 안팎의 소폭 흑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제유가 불안, 미국경제 경착륙, 북핵사태 악화 등 대형 악재도 도사리고 있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간연구소들의 예측도 한은 보다 비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원이 4.3%, 현대경제연구원과 LG가 각각 4.2%와 4.0%, 한국경제연구원은 3.8%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예측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2년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힘입어 7.0%를 기록했으나 2003년 3.1%, 2004년 4.7%, 2005년 4.0%로 계속 잠재성장률(5%)을 밑돌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식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된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내년 경기하락 전망은 향후 통화정책에 심각한 딜레마를 안겨준다. 한은은 당장 주택가격 급등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과도한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경기가 하락세라면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은은 “내년 경기는 하향세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전망치 4.4%는 추세성장, 잠재성장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만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년을 둘로 나눠보면 상반기 4.0%로 하락한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4.7%까지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되는데, 이는 장기적인 경기 흐름상에서 보면 국내경기가 내년 1분기 중 바닥을 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이 같은 경기해석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정을 동원한 단기 경기부양책을 반대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한국은행도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경기부양 카드를 사용하면 잠시 고통을 잊게 할 뿐 성장잠재력 약화를 치료하는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뜨거워질 내년, 4%대로 주저앉을 경제성장률과 여전히 과도한 부동자금을 놓고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와 물가안정을 우선 목표로 삼는 한은이 어떻게 견제와 균형의 묘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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