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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가락 마요르카 "안익태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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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가락 마요르카 "안익태의 재발견"

입력
2006.12.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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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12월 5일 태어난 <애국가> 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음악이 100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서울에서 울려 퍼졌다.

5일 오후 7시30분 여의도 KBS홀에서 안익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가 열렸다. KBS 황수경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열린 음악회는 안익태가 직접 지휘하는 애국가 동영상 상영으로 막을 올렸다.

음악회에 모인 관객들의 관심은 1부 끝 순서에 집중됐다. 그동안 제목만 전해오다 올해 초 자필 악보가 발견된 안익태의 교향시 <마요르카> 가 박은성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에 의해 국내 초연됐기 때문이다.

스페인 마요르카섬은 안익태가 1946년 정착해 생을 마감한 곳. KBS홀 한쪽에는 마요르카에서 온 부인 로리타 안(91) 여사와 셋째 딸 레오노르 안(53), 외손자 데이비드 번스틴(32) 등 유족들이 지긋이 눈을 감고 곡을 음미했다. 스페인 섬의 풍광을 담아낸 곡이지만 장구 장단 등 한국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마요르카> 의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선율이 KBS홀을 가득 메우자 관객들은 안익태의 민족 음악가로서의 면모를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마요르카> 를 지휘한 박은성은 “스승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부터 영향 받은 반음계 선율과 한국의 5음계가 어우러진 곡”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 이번 음악회를 통해 되살아나 기쁘다”고 말했다.

성악곡 <아리랑 고개> 와 <이팔청춘> 을 부른 테너 류정필은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면서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류정필은 2002년 마요르카에서 열린 프란체스카 쿠아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는 “처음 악보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 유학 시절 만든 곡이라 당연히 서양음악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멜로디나 느낌이 완전히 한국 것이었다”며 “일본 국적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곡을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떠올리니 노래를 부를 때 절로 가슴이 뭉클해왔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박정미의 피아노 반주로 첼로곡 <흰백합화> 를 연주했다. 양성원은 “너무나 순수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곡이어서, 마치 훌륭한 문화재를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의미 있는 날 연주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안익태 선생은 정치인이 아닌 음악가인 만큼 음악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의 피날레는 KBS교향악단과 국립합창단, 성남시립합창단이 함께 한 <한국환상곡> 이 장식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부분 <애국가> 합창이 울려 퍼지자 1,800여명의 청중들은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한편 연주회 시작에 앞서 KBS홀에서는 안익태의 생전 활동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됐고, 로비에서는 <마요르카> 와 <한국환상곡> 악보,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등 안익태의 유품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부인 로리타 안 여사 등 참석

<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날아온 부인 로리타 안(91) 여사는 5일 여의도 KBS홀 로비에 전시된 <마요르카> 악보를 마주하자 한동안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온갖 감정이 가슴에 가득합니다. 이런 뜻깊은 음악회가 마련되고, 또 여기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입니다.”

검정색 정장에 진주 브로치를 단 로리타 안 여사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신경을 썼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남편 생일에 대한 기억을 묻자 “그와 함께 한 모든 날,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방문에는 셋째 딸 레오노르 안(53)과 외손자 데이비드 번스틴(32)이 동행했다. 레오노르 안은 “아버지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위대한 음악가였지만 무대에서 내려오시면 천사처럼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막내인 자신에게 자주 목마를 태워주시곤 했다고 말할 때 그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아버지는 음악을 통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셨어요. <마요르카> 와 <한국환상곡> 은 아버지의 혼이 담긴 대표적인 작품들입니다.”

외손자 번스틴은 “100년 전에 태어난 할아버지를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된다”며 캠코더에 음악회 풍경을 꼼꼼하게 담았다. 번스틴은 안익태의 큰 딸 엘레나의 아들로, 바르셀로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음악은 아니지만, 할아버지의 창의성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할아버지는 동양과 서양 음악 사이에 다리를 놓은 분”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이들은 6일 국립묘지 내 안익태 선생 묘소를 참배한 후 7일 오전 스페인으로 돌아간다. 로리타 안 여사는 “남편이 그랬듯이 우리도 늘 한국을 그리워한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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