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강산에서는 고령의 이산 가족들이 귀환 예정시간보다 10시간 늦게 남쪽으로 돌아가는 사단이 벌어졌다. 남측 방송사 기자들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37년 전 고기잡이 나갔다 납북된 남편과 남쪽의 아내가 다시 만났다'고 보도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북측은 당시 '납북'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아 취재를 막으며 방송테이프를 빼앗았고, "공화국 법대로 처벌하겠다"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당시 90대 노령의 이산가족은 금강산에서 불안에 덜덜 떨었다. 결국 남측 취재단은 "다시는 북한 땅 밟을 생각을 하지 마라" 위협을 뒤로 하고 쫓기듯 금강산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의 공언은 실제상황이 됐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상당수 언론사 기자들이 5일 현대아산 근로자를 격려하기 위해 금강산을 방문하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취재하기 위해 방북허가를 신청했는데 유독 당시 이산가족 행사를 취재했던 MBC기자만 허가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북측의 트집잡기는 '남쪽 언론 길들이기'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남쪽은 북쪽처럼 획일적인 전체주의 체제가 아니다. 언론 보도도 북쪽처럼 관제언론이 아니라 기자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이뤄진다.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다. 북측의 대남 일꾼들은 이런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는 것일까. 상대방 체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도 없으면서 어떻게 '북남관계 발전' 운운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또 한가지. 이번 사태는 북측에겐 금강산관광 역시 경제보다는 정치논리가 우선함을 실감케 한다. 북핵 실험으로 금강산 관광이 도마 위에 오르자 궁여지책 끝에 "민간기업의 사업"이라며 '경제논리'를 명분으로 내걸은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왠지 공허해 보인다.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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