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민주당 압승에 따른 의회 구도 변화에 맞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에서 쇠고기와 자동차, 의약품 등 쟁점분야에서 강도 높은 공세의 입장을 취하고 나섰다.
한미 양국은 4일(현지시간) 농산물과 서비스 분야 등 9개 분과를 시작으로 한미FTA 5차 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은 올해 마지막 협상인 만큼 이들 핵심분야에서 보다 진전된 협상 모멘텀을 마련해야만 미 의회에서 인준을 받을 수 있다는 명분을 강조했다.
웬디 커틀러 한미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이날 쇠고기 문제와 관련“성공적인 FTA 체결과 의회 비준을 위해선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 개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국측 협상단에게 분명히 이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커틀러 대표는 또 의회구도의 변화로 현재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에서 자동차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의 의약품 선별등재(포지티브리스트) 방식의 입법 절차 및 내용,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반영과 관련, “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먼 나라”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미측의 입장은 기존 진전이 없는 개별 분과 협상 내용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의회 비준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명분으로 한국 협상단을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 의회구도 변화에 따른 미 협상단의 협상전략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이번 협상에서 무역구제 분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절대 목표”라고 말했다.
빅스카이=장학만 기자 local@hk.co.kr
김종훈 대표 "쇠고기 문제는 관세만 다룰 것"
김종훈 한미 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4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진출여부와 관련, “이번 협상 중에 쇠고기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며 “FTA에서 다루는 쇠고기 문제는 관세 협상 뿐이고 미국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 의회 비준이 어렵다는 미측 수석대표의 발언은.
“FTA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은 관세 협상 뿐이다. 개별적인 위생검역(SPS)에 관한 현안이 FTA에 들어와서 해결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점을 밝혔다. 미측도 이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쇠고기 비준 문제에 대한 미 대표의 발언은 쇠고기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서비스를 상호 인정하기 위한 협의 메커니즘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는데.
“보건의료와 엔지니어링, 건축사, 수의사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미 의회의 민주당 장악 등의 영향으로 협상 분위기 좋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를 두고 협상 분위기가 악화됐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4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에 대한 진입 재개 노력은 FTA와 연관돼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재개방은 FTA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의약품 선별 등재제도의 연내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의약품 분야 협상의 성과는.
“의약품 협상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우리측 입장이 한국측의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관련) 초안에 반영되지 않은 채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법안 초안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제도시행에 앞서 대중의 의견을 듣는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미국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등 FTA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인데.
“한미FTA 논의는 미 의회에서 양당 모두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몬태나주의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도 민주당 출신으로 FTA의 강력한 지지자다. 우리를 이번 주에 이곳으로 초청한 것이 그 증거다. 최근 의회에서 벌어진 변화 때문에 협상관련 이슈 가운데 자동차 등은 좀 더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한미FTA 협상' 장외주역 보커스와 김태환
한미 FTA 5차 협상이 열리고 있는 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에 양국의 협상단이 아니면서 눈길을 끄는 두 사람이 있다. 제주 감귤을 지키기 위해 현지를 찾은 김태환 제주지사와 미 상원의 대표적 보호무역주의자로 한미 FTA 등 미 행정부의 대외통상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미 재무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인 맥스 보커스 민주당 의원이 바로 그들이다. 비록 두 사람은 FTA란 시장쟁탈전에서 정반대의 입장이지만 남다른 애향심과 열정만은 비슷하다는 것이 협상 관계자들의 평가다.
김 지사는 제주 감귤에 대한 열정 하나로 미 서북부의 ‘깡촌’인 빅스카이까지 날아왔다. 그는 제주민관합동 방문단 13명과 함께 김종훈 한국측 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 대표 등을 번갈아 만나“감귤이 수입개방 제외품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 지사는 방미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곳을 찾았다. 김 대표의 출국 만류도 김 지사의 ‘돌하루방’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커틀러 대표에게 선물할 제주산 감귤 초콜릿을 준비한 그는 감귤이 제주도민에겐 생명 산업임을 확실히 각인 시키겠다는 각오다.
미 축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미스터 비프’로 통하는 보커스 의원은 이번 협상 장소를 축산지인 몬태나 주로 직접 유치했을 만큼 그의 쇠고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6년 전 미 의회에서 처음으로 한미 FTA 체결을 주장했던 그는 지난주말 워싱턴에서 김현종 외교통상부본부장과 만난 후 곧장 빅 스카이로 달려왔다. 그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축산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김 한미FTA 수석대표와 한국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몬태나 산 티본 스테이크를 시식하며 한국말로 “맛있다”는 말을 연거푸 하는 등 쇠고기 사랑을 과시했다.
빅스카이=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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