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통합 신당파와 친노(親盧) 세력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당파 사이에 선도(先導) 탈당론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선도 탈당론은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진영의 강력한 저항 때문에 신당창당이 지연되고 충돌만 생길 수 있는 만큼 일부가 먼저 탈당해 창당 흐름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당에는 비대위가 추진하는 의원 설문조사 등을 둘러싸고 신당파와 친노 진영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당 진로를 결정짓는 전당대회 이전에 선도 탈당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우리당 지도부가 마련한 통합신당 창당 로드맵이 ‘제3지대 헤쳐모여’방식으로 뒤바뀔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내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희망21 포럼’의 한 의원은 4일 “‘안개모’, ‘실사구시’등 모임의 일부 의원이 선도탈당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며 “차제에 40여명 정도를 규합해 당을 나가 창당을 선도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초선 모임인 ‘국민의 길’ 소속 한 의원도 “그런 논의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너무 답답하게 막혀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호남지역 한 재선 의원은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라고 공감했다.
이와 관련, 희망 21의 한 의원은 “이대로라면 전당대회를 해도 싸울 수밖에 없어 어느쪽이 승리하던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국민신뢰를 상실한 틀에 집착하는 움직임이 있으니까 선도 탈당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노 대통령측을 비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12월 중ㆍ하순께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 방침을 밝힌 고건 전 총리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여야의) 많은 분들이 (원탁회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현역 의원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당 진로는 지도부도 대선후보 희망자, 의원만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당헌에 따른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당 의원 대상 설문조사에 반대하는 동시에 전당대회에서 신당파와의 세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탈당은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자신의 탈당관측을 부인한 뒤, 신당 문제에 대해 “나도 당원으로서 당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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