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호황 덕 '좌파 포퓰리즘' 성과… 빈곤층 몰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베네수엘라에서는 앞으로 차베스식 ‘신 21세기 사회주의’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선거 직후 승리를 선언한 뒤 좌파 개혁의 완수를 일성으로 외친 것은 앞으로 보장받은 6년 임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차베스 대통령이 이날 대선에서 야권 통합 후보인 마누엘 로살레스를 20% 포인트 이상의 압도적인 차로 따돌리며 승리한 것은 2,600만 인구의 43%에 달하는 빈곤층의 지지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대중적 인기를 지탱하는 가장 큰 요인은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고 절정에 이른 경제이다.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3%인데 올해는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가지수도 올들어 130% 상승하는 등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호황을 이끄는 견인차는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석유. 국제 유가는 차베스 집권 첫 해인 1999년에 비해 4배로 뛰어올랐다.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수십억달러의 나라 돈을 빈곤층 구제에 쏟아 붓고 있다. 선거기간 실시된 AP 통신과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차베스의 정책 중 가장 호평을 받은 것은 보건복지(74%) 교육(75%)이었다. 차베스가 99년 빈곤층을 위해 ‘볼리바르 사회주의 혁명’ 기치를 내걸고 헌법을 개정한 뒤 추진하고 있는 좌파 포퓰리즘적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차베스 집권 이후 토지와 석유 등 주요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대농장주와 다국적 기업 등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잃었지만, 노동자와 빈곤층은 국가로부터 식량 보조, 무료 진료, 무상 교육 등 확대된 사회보장의 혜택을 입고 있다. 또 차베스는 대통령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장기 집권의 노림수라는 야권의 비판도 국부를 빈곤층에 재분배하는 ‘신 21세기 사회주의’를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적 사회주의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막중하다. 차베스의 좌파 개혁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민심도 양분됐다. 중산층 이상의 보수세력이 차베스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발하면서 이번 대선에 야권 통합 후보를 내는 등 반 차베스 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한 것도 정정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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