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 등 특근 사라지며 근로자 지갑도 얇아져… 지역경제 전체 위축시켜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1번지인 경북 구미. 세계적인 IT수출 도시로 우뚝 선 이 지역에 최근 수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든든한 버팀목인 삼성 애니콜과 LG디스플레이 산업이 환율하락과 후발국의 추격 등으로 공장 가동이 잇달아 멈추면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공단 내 A기업에서는 100여명이 붙어 있던 공장 내 생산라인 1개가 지난 달 중순 가동 중단됐다. PDP, LCD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B사도 최근 생산라인 1개의 가동을 멈췄다. 비정규직들은 실업자가, 정규직도 잔업 특근이 사라져 월평균 수입이 30% 이상 감소했다.
LG필립스LCD 공장은 전국적으로 고졸 생산직 2,000여명을 채용해 놓고도 발령을 사실상 무기연기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도 인원을 줄이지 않던 기업들이 조업중단과 채용유보라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애니콜 매출액도 지난 해 25조원에서 22조원으로 10%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구미공단의 부진은 수출실적으로 알 수 있다. 10월말까지 수출액은 258억 달러. 이런 추세면 올해 목표 340억 달러는커녕 지난해 달성했던 305억 달러도 위험하다. 이 때문에 국내 전체 수출액에서 구미공단의 비중이 지난해까지 11% 이상을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9.7%로 위상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필립스사는 내년 7월 이후 LG필립스LCD의 지분을 매각하고 LCD패널 구입선을 다변화할 것으로 알려져 타격이 예상된다.
이처럼 수출기업들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회사 내 부서 회식을 줄이는가 하면 외부에서 하던 간담회 장소를 구내식당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기업체 직원들도 “주변에서 ‘어디는 구조조정 한다’ ‘누구도 일감이 없어 쉬고 있다더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리니 심리적으로 위축돼 지갑을 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조사부장은 “수출공단인 구미에서는 외환위기 때도 일반 시민들의 체감경기가 지금보다는 나았다”며 “디스플레이산업의 부진으로 중소제조업체의 30% 이상이 조업단축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휴대폰 디스플레이에 이어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해야만 공단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교와 문화시설 등 고급인력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공단의 부진은 지역경제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역전과 터미널,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수십대의 빈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구미시 인동동 삼성전자 후문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43ㆍ구미시 인동동)씨는 “지난해만 해도 기업체 회식 예약이 벌써 끝났지만 올해는 아직 한 팀 밖에 못 받았다”며 “이대로 가다 구미가 끝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구미=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전병용기자 ms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