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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봤자 프로파일러 손바닥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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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봤자 프로파일러 손바닥 안

입력
2006.12.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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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일지

-10.30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점 여주인 피살, 범인은 손님, 주목적은 성폭행

-11.16 충남 천안 원룸 중년여성 피살, 범인은 가스누출 검사원, 주목적은 절도

언뜻 보기엔 용의자가 다른 사건이다. 범행장소와 대상, 침입수법, 목적 등 유사성이 거의 없다. 지난달 25일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에 한 장짜리 검거보고서(천안 건)가 날아들었다. 행동과학(프로파일링)팀은 “이놈이 상계동 범인”이라며 무릎을 쳤다. 예상은 적중했다.

얼기설기 만든 검거보고서에 일반인은 짐작도 못하는 비밀이 담겨 있을까. 아니다. 평범한 문서를 핵심 단서로 끌어올린 건 범인의 머리 속으로 파고든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ㆍProfiler)의 집념이다. 범인이 은연중 흘린 행동증거는 범인과 빼쐈다.

사무실에 앉아 살인사건을 해결한 과정은 이렇다. 상계동 사건 이후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42) 경위 등 범죄분석요원 4명은 범인의 행동 프로파일링을 내놓았다. ‘음주와 성 금전 욕구 불만, 저학력 무직, 관련전과 있음, 사교적인 접근과 꼼꼼한 증거인멸, 목적보단 단편적인 방법에 치중.’ 범죄분석은 추상적이고 범인의 윤곽은 희미했다.

권 경위 등은 각 지방청에서 접수되는 강력범 검거보고서를 챙겼다. 250건이 넘는다. 그 와중에 천안 사건 검거가 접수됐다. 윤태일(34) 경장은 “단 몇 줄의 (범인의) 특징에서 감이 왔다”고 했다. 꼼꼼히 살펴보니 두 사건은 기술적인 피해자 접근, 살해방식, 저항흔 발견 불가, 증거인멸 방식이 비슷했다.

행동 분석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는 일, 확실한 물증 확보를 위해 과학수사가 동원됐다. 용의자는 담배꽁초를 물로 씻고 접촉부위를 휴지로 닦는 등 전과자답게 지문 제거엔 신중했지만 DNA정보는 흘렸다. 발자국도 남겼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DNA분석을 요청해 현장에서 발견된 포도껍질(상계동)과 미세 모발(천안)의 DNA가 동일인(범인)의 것임을 확인했다. 족적도 일치했다.

결국 천안 사건의 용의자 김모(34)씨 등 2명은 4일 상계동 사건을 자백했다. 놀랍게도 이들의 범행은 프로파일러의 행동분석과 비슷했다. 오익준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장은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인 프로파일링과 DNA 분석을 통해 범인을 잡은 사례”라며 “미세증거까지 철저히 수집하고 범인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결과”라고 말했다.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링(Profiling)은 범행 현장에 남은 모든 흔적을 통해 범인의 성격 심리 성별 등을 추정해 용의자를 좁히는 수사 지원 기법이다. 국내엔 2000년 도입됐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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