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0년 일기쓴 한국기네스인증 박래욱씨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0년 일기쓴 한국기네스인증 박래욱씨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

입력
2006.12.04 23:49
0 0

‘분주소(파출소의 북한말)에서 유격대라는 사람들이 왔다. 반동분자의 가산을 몰수해 위대한 수령 동지의 사업에 써야 한다고 했다. 지난번에도 가산을 몰수해 갔는데 그때는 식량만 분주소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옷과 살림살이 일체를 가져 갔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25일 전남 장성군에 살던 열 두 살 소년은 이렇게 일기에 적었다. 8일 뒤 소년은 또 이렇게 썼다. ‘분주소에서 나온 사람들 뒤를 동네 사람들이 따라 다녔다. 토지와 식량을 골고루 나눠 준다고 하니 가난한 일꾼들이 제 몫을 노리고 따라다녔다.’

글의 주인공은 박래욱(68)씨.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감초당 한약방을 경영하는 그가 55년간 쓴 일기를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97년 한국기네스 인증을 획득한 박씨의 일기는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쓰기 시작했다. 박씨는 지금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다.

기증 자료는 50년부터 2005년까지의 일기장 98권을 비롯, 61년부터 2003년까지의 금전출납부 10권, 71년부터 2001년까지의 한약처방전 16권과 도민증(62년) 국민병역신고증(61년) 인감증명원(65년) 예금통장 상품영수증 등이다.

열두 살 때 일기에 한국전쟁에 대한 소년의 공포와 불안이 드러나 있다면 나중에 쓴 일기는 우리나라 수량 경제사의 자료로 활용될 만하다. 가령 56년 일기를 보면 돼지고기 반근이 100환, 목욕비 50환, 영화관람료 30환, 필름 400환, 버스요금 10환, 신문대금 300환, 성냥 10환, 학생 배지 60환 등이라고 됐다. 필름 한 통이 돼지고기 반근보다 4배나 비싼 것은 당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농업 중심이었음을 보여준다.

민속박물관은 한국전쟁과 산업화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개인의 50년 기록이라는 점에서 박씨 일기의 생활사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당시의 영수증 금전출납부 등은 심도 있는 생활사 연구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이들 자료를 정리해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