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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러 스파이 독살, 꼬리무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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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러 스파이 독살, 꼬리무는 미스터리

입력
2006.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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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방사능 물질 폴로늄210에 중독돼 사망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부(FSBㆍKGB 후신)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보건부는 “런던 중심가의 ‘이츠(Itsu)’초밥집에서 지난달 1일 리트비넨코를 만난 이탈리아인 마리오 스카라멜라의 몸에서도 폴로늄210이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보안 관련 컨설팅을 하는 스카라멜라는 암살된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와 관련된 정보를 리트비넨코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스카라멜라에게서 검출된 폴로늄210의 양은 리트비넨코에 비하면 매우 적고 현재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 수사 소식통을 인용, 부검이 실시된 리트비넨코의 몸에서 폴로늄210이 치사량의 100배 이상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의 몸에서 검출된 양의 폴로늄210을 암시장 등에서 구입하려면 2,000만 파운드(약360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폴로늄210은 1898년 퀴리 부부에 의해 발견된 물질로 인체에 들어가면 유전자(DNA)를 파괴할 정도의 무서운 독성을 지녔지만 이 물질이 발산하는 알파선은 사람 피부를 투과할 수 없어 운반하기가 쉽다.

한편 리트비넨코 사건의 수사를 위해 영국 정부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참고인 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최근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드레이 루고보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루고보이는 리트비넨코가 폴로늄에 감염된 날짜로 추측되는 11월 1일 또한 명의 러시아 사업가와 함께 리트비넨코를 만났으나 현재 러시아에 머무르고 있어 영국 경찰이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3일 “경찰은 어디든지 갈 것”이라며 수사를 해외로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이날 선데이타임스는 루고보이를 취재했으나 그가 “자기에게 누군가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리트비넨코 사건과 관련해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3일 FSB가 영국에서 30명이 넘는 스파이 조직망을 운영하고 있다며 러시아 스파이 경계론을 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영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정보요원의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반면 옵서버는 리트비넨코가 러시아 정부나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정보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 정보당국이나 기업인들을 협박해 돈을 벌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리트비넨코는 영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러시아 출신의 스베틀리크나야를 만나 러시아 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나 기업들에 대한 러시아 정보당국의 문서들에 접근했다며 함께 일하자고 제의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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