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방심에 금메달이 은메달로 둔갑했다.
여자 유도 78㎏이하급 결승전이 벌어진 3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 1분57초를 남기고 안다리걸기를 성공시킨 이소연(25ㆍ포항시청)의 가슴은 벅찼다. 조금만 더 버티면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손에 쥐게 된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자 나카자와 사에(23ㆍ일본)가 초초한 표정으로 총력전을 펼쳤지만 버틸 만했다.
하지만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경기 종료 1초전. 이소연이 “다 끝났다”고 맥을 놓고 있는 순간 나카자와의 발이 발꿈치에 걸렸다. 안뒤축걸기에 이소연이 넘어지자 주심은 오른손을 접어 효과를 선언했다. 효과 하나를 주고 받아 동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소연은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윽고 연장전이 시작됐다. 이소연과 나카자와는 치열한 공방을 펼쳤지만 점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연장전이 끝나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주심이 파란 깃발을 번쩍 든 순간 두 부심은 일제히 흰색 깃발을 들었다. 흰색 도복을 입은 나카자와가 심판 합의 판정(2-1) 결과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뻔했던 이소연의 목에는 은메달이 걸렸다. 시상대에 선 이소연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통한의 눈물이 쏟아졌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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