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략을 수정할 용의가 있음을 거듭 천명하면서 모든 건의를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2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요르단에서 가졌던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자신은 말리키 총리에게 “미국은 이라크 정부를 더욱 잘 지원하기 위해 변화를 선택할 준비가 돼 있음을 전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략 재점검과 관련, “미군 수뇌부와 현지 지휘관들에게 보고서 제출을 지시했으며 이번주중 제출될 이라크연구그룹의 권고도 고대하고 있다”며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며 양당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라크 정책 수정과 관련해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자신의 교체 방침이 발표되기 이틀 전에 이라크 정책에 대한 ‘대규모 조정’을 백악관에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럼스펠드 장관은 중간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달 6일 백악관에 발송한 기밀 전문에서 “분명히 미군은 이라크에서 충분히 성과를 내지도, 빠르게 일을 진척시키지도 못하고 있다”며 “대규모 조정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런 조정이 “재수정이나 필요하다면 다른 경로로 이행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할 것이고 따라서 ‘패배’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이 제안한 조정 방안에는 이라크 내 미군 기지 수를 줄이거나 이라크 정부가 정치,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성과를 달성하도록 기준을 제시하는 것 외에도 이라크 군인을 미군 조직에 편성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런 럼스펠드 장관의 생각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라크전 비판 세력인 민주당의 주장과 흡사한 것이다. 때문에 럼스펠드 장관의 좌절감이 표현됐음은 물론 공화당의 패배가 예견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럼스펠드 장관이 전략 조정 논의에 방향을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이 열려 있음을 알리려 했었을 것이라고 해석이 뒤따른다.
한편 여성 최초로 미국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은 이라크전 강경 비판론자인 실베스트르 레이예스 의원을 차기 하원 정보위원장에 지명, 백악관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레이예스 의원은 전국적 지명도는 떨어지는 편이지만 이라크전과 비밀도청 등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전 핵심 전략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레이예스 의원의 정보위원장 발탁 배경에는 그의 강한 반 부시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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