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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부쿠레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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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부쿠레슈티

입력
2006.12.0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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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논픽션 <프라하의 소녀시대> 를 단숨에 읽었다. 프라하의 외국 공산당 간부 자제 학교에서 1960년대 5년을 보낸 저자가 학창시절과 그 30년 뒤 재회한 동급생 친구들의 현재를 아릿하고 냉철하게 그린 책이다. 구석구석 감명 깊었지만, 루마니아 출신 친구 아냐와의 재회는 저자의 환멸과 애증이 짙게 느껴져 특히 인상적이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처형됐다는 뉴스를 본 게 불과 얼마 전 같은데, 1989년 12월의 일이다. 저자는 그로부터 6년 뒤인 1995년 겨울에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아냐를 찾아간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부쿠레슈티 곳곳에서 저자가 본 것은 삶의 의미도 의욕도 잃고 퀭한 얼굴로 굶주린 채 헤매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군복 입은 사람들이 철통같이 경비하는 궁궐 같은 집에서 호화스럽게 살고 있는 아냐의 부모였다.

공산주의가 와해되고 차우셰스쿠가 처형된 뒤에도 그의 최측근이었던 아냐 아버지 같은 사람들은 변함없이 자기만의 영화를 누렸던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만의 하나, 일본에서 공산당이 정권을 취했다면 아냐 아버지처럼 되셨을까?" 저자는 부패한 공산당 간부의 자기기만적인 삶에 충격을 받는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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