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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빅토르 세르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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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빅토르 세르주 평전

입력
2006.12.0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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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와이스만 지음ㆍ류한수 옮김 / 실천문학사 발행ㆍ720쪽ㆍ1만8,000원

1917년 10월 혁명을 전후한 19세기말, 20세기 초의 러시아는 역사의 용광로였다. 제정 러시아의 구체제가 무너지고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했다. 세계는 막 출발한 공산주의 국가의 실험을 숨죽이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 격동의 시기에 많은 혁명가가 명멸했다. 그들은 때로는 협력했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빅토르 세르주(1890~1947)는 소설가이자 역사가로, 볼셰비키 당원으로 누구보다 정열적인 삶을 살았지만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존재다. 박노자 오슬로국립대학 교수는 ‘야만이 횡행하는 속에서도 민중의 자기 해방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인물로 그를 소개한다.

세르주의 아버지는 지하혁명단체의 조직원으로, 황제 암살 사건에 연루돼 러시아를 빠져나갔다. 폴란드 귀족 가문 출신인 어머니는 안락한 삶을 거부하고 유학을 떠난 당찬 아가씨였다. 러시아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그리고 벨기에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세르주가 러시아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19년이었다. 인간의 주체적인 의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러시아 혁명을 새 세상을 여는 불꽃으로 보았기에 곧바로 볼셰비키 당원이 됐다. 그 뒤 열정적으로 볼셰비키 진영에서 일한 그였지만, 스탈린 시대에 접어들면서 운명은 뒤바뀌고 만다.

세르주는 무엇보다 스탈린의 폭압정치를 용납할 수 없었다. 혁명의 완수를 명분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은 그 시대를 세르주는 반사회주의, 반민주주의, 반인간주의적이라고 했다. 스탈린의 절대 권력 앞에서 많은 혁명가가 고개를 숙였지만 세르주는 비판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1927년 당에서 제명되고 8주 동안 감금되고 만다. 1933년 유형에 처해져 아들과 함께 처절한 굶주림을 경험한다. 프랑스 지식인들의 구명 운동에 힘입어 어렵사리 러시아를 빠져 나왔건만, 아내가 미치는 등 어려움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주는 바로 그 험한 시기에 <러시아혁명의 첫해> <혁명의 운명> 그리고 몇 편의 소설을 썼다. 프랑스에서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 치면서도, 스탈린에 대한 비판은 계속했다.

세르주는 1940년 나치가 파리로 진격해오자 미국을 거쳐, 이듬해 멕시코로 망명한다. 글을 쓰면서 생계를 이었지만, 이번에는 낯선 스페인어가 그를 괴롭혔다. 1947년 11월 17일 그는 결국 이국 땅 멕시코에서 눈을 감았다. 공식 사인이 심장마비였지만 아들 블라디는 암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세인트메리대학 교수. 이 혁명가에 대한 흠모가 지나쳐서인지, 세르주는 시종일관 뛰어난 인물, 스탈린은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인물로 그렸다. 획일적인 이분법이 거슬린다.

투옥과 유형, 배신과 패배를 반복하면서도 협박과 테러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희구한 인물. 자신의 뜻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감내한 세르주의 불꽃 같은 삶은, 러시아 혁명에 공감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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