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주장 다르다고 쫓아가 쳐부수면 다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주장 다르다고 쫓아가 쳐부수면 다인가

입력
2006.12.01 23:47
0 0

근ㆍ현대사 대안교과서를 만드는 '교과서포럼'의 심포지엄이 난장판이 됐다. 포럼이 발표한 시안이 4ㆍ19를 '학생운동'으로, 5ㆍ16을 '혁명'으로 규정한 데 분노한 4ㆍ19 관련단체 회원들이 심포지엄을 무산시켰다. 큰 유감과 함께 물리력 만능의 풍조에 깊은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포럼의 시안, 특히 5ㆍ16을 '혁명'으로 규정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밝힌 바 있다. 4ㆍ19의 상대적 격하에서 관련단체 회원들이 느꼈을 분노와 불쾌감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도의적 명분도 불법적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헌법 전문이 계승을 표명한, '4ㆍ19이념'의 핵심인 민주주의와 그 실현수단인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억지로 입을 틀어막는 독재정권에 죽음으로 항거해, 말문을 열어놓은 것이 4ㆍ19이지 않은가.

비단 이번 사태 뿐만이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FTA문제, 교원평가제 공청회 등이 이해집단의 폭력으로 얼룩졌고, 최근의 시위에서도 폭력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화 이후 20년 가까이가 흐른 지금도 권위주의 시절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거다. '너의 압도적 폭압에 달리 저항할 길이 없는 나에게는 폭력조차 정당하다'는 인식이, 그 전제가 사라졌는데도 잠재의식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양심과 종교, 학문 등 신념의 자유를 제약하는 데는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도 엄밀한 한계가 필요하다. 남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여긴다면 자신의 생각을 '신념과 학문의 공개시장'에 내놓으면 그만이다. 주먹다짐으로 생각을 막는다면, '불온서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핍박을 일삼던 독재의 복사판이다. 이보다 더한 독선과 민주주의의 큰 적이 없다.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으로 보아 앞으로 역사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역사는 고정태(固定態)로 존재하는 화석이 아니어서, 늘 현재의 거울에 비춰지며 끊임없이 새로운 상을 만들어낸다. 거울을 더 이상 일그러뜨리지 않으려면 이제는 주먹을 내리고 말로 하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