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많아진 요즘, 개신교 내부에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잇따르고 있다. 목회사회학연구소가 개신교 신도의 감소와 가톨릭 성장 요인에 관한 포럼(11월 24일자 한국일보 보도)을,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가 신학교 교육과 목회자 수급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좌담회를 11월 30일 각각 연 데 이어, 바른교회아카데미는 1일 건강한 교회의 조건으로서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바른 재정> 세미나를 했다. 바른>
부천의 예인교회가 3일 오후 3시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여는 <이런 교회 다니고 싶다> 세미나는 교회다운 교회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공부 모임이다. 잘못된 교회 때문에 정신적 상처를 받은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준비했다는 자리다. 개신교 인터넷신문 <뉴스앤조이> 의 김종희 전 대표가 사건ㆍ사고로 본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예인교회 홍순호 권사가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그 동안 이 교회가 해온 노력을 소개한다. 뉴스앤조이> 이런>
김종희 전 대표가 발제할 내용은 ▦목사의 인사권 전횡과 불투명한 재정 운용 ▦목사의 불륜 ▦강단의 사유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목사와 장로 등 교회 내 권력 갈등 ▦교회의 배타성과 정치세력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에는 국내 대형 교회 거물급 목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예인교회는 교회 건물이 따로 없고 주일마다 부천 지역의 노는 시설을 빌려 예배를 본다. 목회와 행정을 분리해서 목사는 목회에 전념하고, 행정은 평신도들 가운데 선출된 7인의 운영위원회가 맡고 있다. 재정 운용은 매달 공개하고 교회 예산의 절반 이상을 이웃 돕기 등 나눔과 선교에 쓰고 있다.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권사는 “예인교회가 바람직한 교회의 작은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가 11월 30일 마련한 좌담회는 한국 교회의 위기가 상당 부분 목회자 때문이라는 진단 아래 목회자 양성과 배출 과정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목사가 너무 많다, 제대로 된 목회자를 길러내고 감독할 교단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신학교 정원 감축과 엄격한 관리를 통한 교육의 질 개선, 목회의 블루오션 개척 등을 제안했다.
교단총회의 자체 집계(2005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국내 교회 수는 23%, 전체 교인 수는 15% 증가한 반면 목사 수는 65%나 증가해 목사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개신교 내 큰 교단은 한 해에 신학교 졸업생만 1,000명에 이른다. 때문에 신학교를 나와 목사가 되고도 오라는 교회가 없어서 상당수가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목회를 하겠다고 무분별하게 교회 개척 경쟁을 벌이다가 말썽을 빚는 일이 많다.
목사가 포장마차나 택시 운전을 한다든지, 국내에 목회할 곳이 없다 보니 미주 한인교회에 방문비자로 갔다가 불법체류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대사관이 비자 발급을 꺼린다는 것은 교계에서 공공연한 이야기다. 좌담회에 나온 양낙홍 고신대 교수는 “앞으로 3년 뒤 고신 교단 안에서만 목회자 적체 인원이 1,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사 과잉론과 그로 인한 부작용은 20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국내 개신교 양대 교단 중 하나인 예장 통합이 “신학교가 난립하고 신학교 지원자가 급증함에 따라 부적격 목회자가 대량생산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 1984년의 일이다. 오래된 문제인데도 아직까지 풀지 못한 것은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라 의지가 부족해서라는 지적이 많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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