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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류독감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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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류독감의 교훈

입력
2006.12.0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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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과 28일 잇따라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의 유행이 전북지역의 닭 사육 농장에서 확인되면서, AI의 확산 여부와 방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3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국적으로 19개 농장에서 AI가 유행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농민과 국민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전보다는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고병원성 AI(H5)는 사실 2003년 12월 이후 계속 확산을 거듭해서 2006년 11월 현재 동남아시아, 중국, 유라시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36개국 이상의 가금류에서 유행이 확인되고 있으며, 야생조류에서 확인된 국가까지 합치면 40여개국이 훌쩍 넘는다.

AI의 인체감염 사례도 2003년 베트남 등 4명에 불과하였으나, 2006년 11월 13일 현재 터키, 이라크, 이집트 등을 포함한 10개국 258명(153명 사망)까지 늘어났다. 사실 AI는 지리적 확산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종의 감염으로 종(種)간 확산도 계속 확인되고 있으며, 유전적 변이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세계보건기구를 포함한 각국에서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질환이다.

확률은 매우 낮으나 만약 효율적인 사람간 감염능력을 획득하면 신종 독감으로 범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인체감염사례가 모두 질병에 걸린 가금류와 밀접한 접촉을 했던 사례에 국한되어 있고, 사람간 전파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기 때문에 이에 근거한 방역대책과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2003년 AI의 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이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 중의 하나는 AI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닭 중에 AI로 폐사한 닭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근거를 효과적으로 알려 이유없는 닭고기 파동을 막아야 한다. 철새도래지의 탐조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은 새나 분비물 접촉, 개인위생에 대한 몇 가지 주의점만 지키면 계획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AI가 발생한 농장 근처의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야 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AI가 무엇이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교육시키고, 학교단위의 발열환자 감시체계를 활성화시키면 된다. 방역당국은 국민들이 일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확하고 세밀한 지침의 개발과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두번째 교훈은 더 체계적인 역학조사와 방역의 필요성이다. 유행의 감염원에 대한 추적조사 강화, 유행과정의 고위험군과 긴밀한 접촉자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와 사전ㆍ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당국은 2003년 살처분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에서 나중에 항체가 확인되어 소동 아닌 소동을 겪었던 원인을 곰곰이 되짚어보아야 한다. 유행 현장에서 전문적인 교육과 철저한 방호복 및 마스크 착용, 항바이러스제의 복용을 확인하는 절차와 이들을 보호하는 사후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신종 전염병과 유행에 대한 선진국 수준의 대비 강화가 세번째 교훈이다. 우리는 사스(SARS) 유행시 의심환자를 입원시킬 병원도 구하지 못하여 쩔쩔매었다.

그 당시 지적되었던 사항이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이웃 일본은 사스 이후에 지역적으로 신종 전염병환자를 등급에 따라 입원관리할 수 있는 체계와 시설을 갖추고 정부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신종 독감의 대유행 대비 수준도 우리나라는 이제야 기본골격을 갖추었고, 일찍부터 계획과 지침을 개발해서 구체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많이 떨어져 있다. 환경변화와 인간행태변화 등으로 인한 신종 전염병의 출현, 말라리아와 쯔쯔가무시 같은 기존 질병의 재만연 사태에 대비하여 장기적이고도 획기적인 대안을 강구할 때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ㆍ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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