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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희망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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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희망의 인문학

입력
2006.12.0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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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덜어주자면 직접 경제적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직업훈련을 시킬 수도 있다. 복지가 잘 된 나라라면,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는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었다.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클레멘트 코스는 그가 중범죄자 교도소의 어느 재소자와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쇼리스가 “사람들이 왜 가난할까요”라고 물었는데 재소자는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연주회, 공연, 전시, 강연 등 중산층이 접하는 인문학적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현명하게 판단하고 깊이 사고하는 법을 몰라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쇼리스는 1995년 노숙자, 빈민, 죄수 등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프로그램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했다. 코스의 이름은, 그가 이 문제를 의논한 제이미 인클란 박사가 뉴욕에서 상담소 ‘로베르토클레멘트 가족보호센터’를 설립한 데서 따온 것이다. 클레멘트 코스에는 취지에 공감한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모였고 수업은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참가자 31명 가운데 17명이 끝까지 동참했으며 이 17명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했다.

쇼리스에 따르면 클레멘트 코스는 빈민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도록 도와준다. 가난한 사람이 일상을 자율적이고 자신감 있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태도를 통해 타인과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함으로써 직업 훈련과 비슷한 효과도 준다고 한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일종의 의식 혁명이다.

클레멘트 코스처럼 빈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는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명시평생학습원 등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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