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뜻밖의 호조를 보였으나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빵(GDP)은 커졌는데도 정작 돌아온 몫(GNI)은 한 푼도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그만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완전히 겉돌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GNI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교역조건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렵고 내수경기 역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 같은 괴리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그래도 GDP가 2분기보다 1.1% 늘어나며 전분기의 부진을 만회한 것은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 덕에 3분기까지의 성장률은 5.4%를 기록해 올해 전체 성장률은 5%를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국민소득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GNI 증가율은 전기대비 0%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2.2% 성장했다. 올 들어 실질 GNI 증가율은 1분기 -0.6%를 기록했다가 2분기 1.4%를 보이면서 실질 GDP를 웃도는 증가율을 보였으나 3분기 들어 다시 위축된 것이다. 실질 GNI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수출품목의 상대적 수출단가는 계속 떨어지는데 원유를 비롯한 기초 원자재의 수입 단가가 크게 오르면서 실질 무역손실이 18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주원인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교역조건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수입측면에서 석유 및 원자재 과소비형 산업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수출 주력 상품의 고부가가치화도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천수답형’ 산업구조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실속 없는 수출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질소득은 정체 상태이어서 내수 소비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우리나라 수출 제품들의 가격 협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다,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 같은 비가격 경쟁력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교역조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GDPㆍGNI 성장률 간의 괴리는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외형성장과 체감경기가 따로 노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3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1.1% 성장했다. 이는 10월 발표된 속보치 0.9%보다 0.2%포인트나 상회하는 것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4.8% 성장했다. 전분기와 비교한 성장률은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1% 이상을 기록하다 지난 2분기에 0.8%로 둔화됐으나 1분기 만에 다시 1%대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3분기까지 GDP성장률은 5.4%를 기록해 4분기 성장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올해 전체 성장률은 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연간 성장률은 4.0%였다.
생산측면에서 보면 제조업이 전기전자기기, 산업용기계, 선박 등이 호조를 보여 전기대비 2.4% 증가했으며 건설업도 전기대비 3.1% 증가해 증가세로 반전했다. 반면 서비스업은 0.6% 상승에 그쳐 둔화세를 보였다. 지출측면으로는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 대한 지출은 호조를 보였으나 의류, 가방 등 준내구재와 식료품 휘발유 등 비내구재의 소비가 부진해 전기대비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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