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야구 대표팀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등 선수단 관계자들은 새벽잠의 달콤함을 잊은 지 오래다. 숙소인 한국인 민박집 근처 이슬람 예배당에서 새벽마다 확성기를 통해 ‘기도를 독려하는 방송’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이방인들에겐 마치 민방위 훈련의 사이렌 소리가 연상되지만 카타르의 무슬림들에겐 지나칠 수 없는 소리다. 새벽, 아침, 낮, 오후, 밤 하루 5차례씩 어김없이 기도시간을 알린다.
카타르에는 곳곳에 기도실이 마련돼 있다. 경기장, 쇼핑센터, 공항 등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이 모인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도 기도실이 있다. 이슬람 국가답게 남녀 기도실이 구분돼 있다. 기도 시간도 남녀에 따라 30분씩 ‘시간차’를 뒀다. 기도실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상 등이 있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예배당과 달리 MMC에 마련된 기도실엔 별다른 장식이 없다. 한쪽 구석에 코란과 영문으로 된 이슬람교 소개서들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기도 시간이 되면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는 이슬람 신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도실은 이방인에게도 개방돼 있다. 기도실을 기웃거린 기자에게 자원봉사자는 “들어가 보라”며 등을 떠밀었다. “영문으로 된 이슬람 안내서는 공짜이니 자유롭게 읽어보라”며 전도를 할 정도.
도하의 알 라얀 스포츠클럽에서 훈련중인 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 도중 울려 퍼지는 ‘기도 독려 방송’을 따라 중얼거릴 정도로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1974년 테헤란 대회 이후 32년 만에 중동에서 펼쳐지는 아시안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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