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30일 베이징(北京) 시내 식당에서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미간 쟁점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 부상은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28, 29일 북미접촉을 통해 제안한 북한 핵 폐기 1단계 방안과 관련, 미국의 진의를 한국측을 통해 간접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본부장은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가시화된 최근의 미국측 변화를 설명한 뒤 “북한이 원할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이 미국의 1단계 핵 폐기안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북한측으로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전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북미접촉에서 미국측은 북한으로서는 미처 검토하지 못한 새로운 내용이 포함된 공식 제안을 처음으로 했다”며 “미국은 핵 폐기의 첫 단계에서 취해야 할 구체적 내용을 상세히 언급했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남북접촉 직후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서 9ㆍ19 공동성명을 통해 한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으나 현 단계에서는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힐 수석대표와 6자회담 조기 재개 가능성을 논의하러 왔다가 동족으로서 천 본부장을 만나 6자회담을 앞으로 어떻게 열 지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6자회담 재개 시기에 대해 “조금 기다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접촉에서 미국측은 북핵 폐기 1단계 조치에 관한 방안과 북핵 폐기 전 과정에 대한 구상을 소상히 밝혔다”며 “북한의 검토 결과가 6자회담의 진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을 떠나 일본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지금도 12월 중에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을 기대하며 북한의 회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