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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툭하면 "못해 먹겠다" 발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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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툭하면 "못해 먹겠다" 발언 왜?

입력
2006.11.2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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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3월 초선의 노무현 의원은 갑자기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잠적했다. 88년 4월 13대 총선에서 김영삼 총재가 이끄는 통일민주당의 후보로 부산에서 당선된 뒤 5공 비리 청문회에서 스타로 부상한 시절이었다.

노 의원은 “민중들의 이익을 대변해 보겠다고 국회에 들어왔지만 정부ㆍ여당은 5공 특위의 증인 출석을 방해하고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키로 하는 등 국회를 모욕했다. 국회의원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사퇴 이유를 남기고 며칠간 행방을 감췄다. “이 국회판은 생리에 맞지 않아 못해 먹겠다”는 취지도 함께 붙였다.

당시 한국일보에 ‘노무현 동지에게’라는 특별기고문을 게재해 노 의원에게 복귀를 종용했던 박찬종 전 의원은 “재야 변호사로 활동해온 40대 초반의 노 의원으로서는 야권 3당의 분열, 무기력한 국회 등이 생리에 맞을 리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사건은 당시 김영삼 총재가 설득에 나서 노 의원이 17일만에 사퇴 의사를 철회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1년 4개월 뒤인 90년 7월 노 의원은 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민자당이 국군조직법 등을 날치기 통과하자 이에 항의해 이해찬 이철 의원 등과 함께 사퇴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초선 의원 시절부터 자리를 걸고 돌출적인 승부수를 띄우곤 했다. 89년 12월31일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증언을 듣다 자신의 명패를 팽개친 일, 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일, 2000년 16대 총선 때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 지역 출마를 결단한 일 등도 이런 승부수와 연관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2003년5월) “재신임을 묻겠다”(2003년10월)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2005년8월)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급기야 28일엔 탈당 및 하야 가능성 시사 발언에까지 이르렀다. 정치적 고비 때 마다 폭탄 발언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상황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노 대통령의 기질과 정치적 성장 배경에서 이유를 찾는 견해가 많다. 정치컨설팅 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노 대통령은 비주류였기 때문에 항상 강한 무엇인가에 반대함으로써 성장해온 사람”이라며 “그런 방법이 잘 먹히면서 정치 스타일로 굳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도 “노 대통령은 전선을 만들어 싸우는‘전선의 정치’를 통해 성장해 왔다”며 “그런 정치가 수 차례 성공을 거두면서 배수진을 치는 정치가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노 대통령의 의원 경력(5년 10개월)을 말하는 이도 있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의회 정치 경력이 풍부한 김대중ㆍ김영삼 전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면서 정치력을 발휘해 상대를 설득해내는 경험을 자주 해왔지만 노 대통령은 그런 경험이 짧다”면서 “노 대통령은 노동ㆍ인권운동가 시절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의 이 같은 태도가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은 공통적이다. 손 교수는 “대통령은 예측 가능한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노 대통령 방식은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선명성이 정치적 미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盧대통령, 진짜 하야할 생각있나

노무현 대통령은 진짜 하야하려 했을까. 혹시 앞으로 그러지 않을까.

여권에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노 대통령을 둘러싼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과거 ‘임기 단축’이나 ‘재신임’ 발언을 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친노 직계부터가 그런 시각이다.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29일 “노 대통령이 참모들과 하야 수준까지 논의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고민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지만 지금처럼 식물대통령 상태가 지속되면 그런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거의 임기 관련 언급은 수사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도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아 아무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 차라리 임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친노직계 의원은 “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게 참모들의 한결같은 얘기”라고 전했다. 염동연 의원도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 발언을 준비하면서 ‘하야’라는 표현을 검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당의 이목희 기획위원장과 민병두 홍보위원장의 관측도 비슷하다. 이 위원장은 “지금으로선 절박한 호소에 초점이 있겠지만,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둔 듯하다”며 “하야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도 “대통령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정치권에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아 민생ㆍ개혁법안 처리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마저도 안되면 물러나는 것까지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국무회의 발언에는 임기를 다 못 채우는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이 동시에 있다”며 “(하야를) 하겠다는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우리당의 다수 의원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일단 난국 돌파용 정도로 보는 듯하다. “여당을 향한 협박”(한 수도권 의원)이라는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전과는 달리 노 대통령이 하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한나라 "정치적 술수 휘말릴라" 경계

노무현 대통령의 하야 및 탈당 시사 발언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내심은 다소 복잡하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노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하는 한편 더 이상 ‘정치적 승부수’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도 은근히 표출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여당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여권 분열 가속화로 대선 정국에서 야당이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지만 정반대의 가능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가 분리될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갖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 지지율의 일정 부분은 노 대통령의 실정에 따른 반사 효과에서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여권의 정치적 술수에 휘말려들지 않기 위해 미리부터 선 긋기에 나섰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29일 “노 대통령이 당적 이탈 후 중립내각을 구성한다면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은 정권 참여를 원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잘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자칫 과거 ‘탄핵 역풍’과 같은 현상이 재현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여당이 결별할 경우 공격 포인트가 애매해지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간 참여정부의 실정을 놓고 노 대통령과 여당을 한 묶음으로 엮어 공세를 펴왔는데,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도 노 대통령의 탈당이 몰고 올 정치적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날 “역대 대통령들이 과거에도 레임덕이 오면 탈당을 통해 정치적 어려움을 피해갔는데 이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노 대통령 탈당 시의 효과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의 갈라서기는 여당이 현 정권의 실정 책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당으로 간판을 바꾸기 위한 국민 기만책”이라며 “노 대통령이 어떻게 하든 판을 흔들어 한나라당이 유리한 구도를 뒤흔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당분간 추이를 지켜본 뒤 노 대통령 탈당 후의 범여권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속임수 정치’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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