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내달 9일 정기국회 폐회 후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구체적 탈당 시점은 국회가 새해 예산안 등 주요 법안을 처리하고 폐회할 경우 ‘아세안+3’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3일 이후가 되고, 법안처리가 미진해 12월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탈당에 이어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할 예정이나 한나라당의 반대 때문에 여야협의를 통한 거국내각 구성은 힘들다고 보고, 정치색이 엷고 전문성이 있는 인사들로 중립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의 탈당은 1992년 11월 노태우 대통령이 신한국당 김영삼 대통령 후보의 압력에 밀려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한 이래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우리당의 정계개편 움직임도 활기를 띄는 한편 개편방향을 둘러싼 당내 친노-반노 세력간 갈등도 격화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또 내달 3일 ‘아세아+3’ 순방에 앞서 정기국회 회기 내 사법개혁법안, 국방개혁법안 등 장기 계류중인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해줄 것을 여야에 호소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노 대통령은 당정 분리 원칙아래 국정에 전념해왔으나, 최근 우리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이 당무를 좌지우지해온 것처럼 일방 매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더 이상 당적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대로 탈당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에서 온 총리나 장관은 본인들이 판단해 당 복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당 출신 국무위원이 다수 있지만 내각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 적도 없었다”고 말해 한명숙 총리 등 일부는 당에 복귀하지 않고 잔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정무팀 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대통령은 정치에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해라”고 한 데 대해 “대통령은 정치에 전념한 일이 없다”며 “당무에 관여하느라 국정운영을 안 하는 듯한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건 사실관계에 맞지않다”고 반박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중도사퇴 가능성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이지 (하야는) 아니라고 본다”며 “당적 문제는 대변인이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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