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하자니 뾰족한 수가 없고 놔두자니 우후죽순으로 퍼질 것 같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정자동의 명물 ‘테라스 거리’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 쪽에서는 그냥 둘 거냐고 주시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리한 단속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밀집한 전철 분당선 정자역 인근 안정길 300m 양쪽에는 2004년부터 점포 앞에 테라스가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해 지금은 노천 카페를 중심으로 50여개 점포가 유럽 풍 테라스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 곳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금세 명물로 떠올랐고 지금은 서울에서도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이곳 테라스 거리가 인기몰이를 하자 분당 내 다른 지역에서도 테라스 설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테라스가 보행자의 통행권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슬슬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분당구는 검토 결과 테라스 설치가 현행법 위반이라고 결론짓고 지난 5월 단속에 나서 21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분당구 관계자는 “상인들이 테라스를 설치한 곳이 사유지이긴 하지만 분당지구단위계획(옛 도시설계지침) 상 전면공지로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지구단위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만들어진 만큼 이곳에 테라스를 설치한 행위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테라스에는 건축물의 요건인 대문과 지붕 등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불법 건축물(건축 및 용도변경)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또 상인들도 “테라스 설치지역은 인도와 별개의 공지이기 때문에 통행권과 상관이 없다”면서 “지침을 갖고 단속에 나서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당연히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당구는 이 테라스를 놔둘 경우 보행편의와 쾌적한 공간확보 등을 위해 설치토록 돼 있는 공지가 신도시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며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분당구 관계자는 “검찰이 불법건축에 대해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단속을 안 할 경우 무엇보다 도시여건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계도와 환경위생과 등과의 합동 단속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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