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책선,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 그리고 야생동물이 뛰노는 모습…. ‘DMZ’(Demilitarized Zoneㆍ비무장지대)를 말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다. 전쟁이 만들어 낸 DMZ는 반 세기 넘게 사람의 왕래가 허용되지 않은 잊혀진 땅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버려진 이곳에서 자연은 생명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
MBC는 창사 45주년을 맞아 특집 HD 자연 다큐멘터리 3부작 (연출 최삼규ㆍ사진)를 다음달 1일 밤 10시50분과 11시50분, 2일 밤 10시40분에 방송한다. DMZ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생태와 자연 친화적인 병사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국내 최초로 HD 570mm 망원렌즈를 도입, 멀리 있는 동물들의 생태까지 생생하게 포착한다. 특히 올해 1~10월 촬영으로 DMZ의 4계절 생태를 담은 것은 한국 방송사상 처음 시도된 것이다.
1부 <생명의 땅> 에서는 점박이물범, 수리부엉이, 산양 등 DMZ에서만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의 생태를 선보인다. 백령도 부근의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은 서해의 마지막 해양 포유류다. 코로 숨을 쉬기 때문에 2, 3분 마다 한 번씩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갯바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가장 힘이 센 물범이 밀물 때 가장 높은 갯바위를 차지하는 모습은 새삼 동물세계의 냉엄한 ‘서열’을 느끼게 한다. 생명의>
HD 망원렌즈로 촬영한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도 마찬가지. 어미 새가 순식간에 쥐를 낚아 채 새끼들이 있는 둥지로 가져간다. 그러나 어미는 먼저 태어난 순서대로 먹이를 준다. 군부대 주변의 야생 멧돼지는 DMZ 내에서는 장병들의 잔반을 기다리는 온순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그들 역시 힘이 센 순서대로 식사를 하지만 식사 중에 장병이 접근해도 전혀 놀라는 않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최삼규 PD는 <어미 새의 사랑>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 등으로 자연 다큐멘터리에 천착해 왔다. 최 PD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땅을 촬영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2부에서 새들의 낙원이 된 DMZ의 모습, 3부에서 장병들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살려주는 모습을 통해 이 땅으 평화를 기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생의> 어미>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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