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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데…

입력
2006.11.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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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급 남자배우 A씨는 최근 시사 직후 예정됐던 인터뷰들을 취소했다. 다른 영화 촬영 일정이 촉박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기자들을 만나기 부담스럽다는 것. ‘덕분에’ 몇몇 기자들은 일정을 급히 수정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인터뷰는 영화를 대중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 이 영화 관계자는 못내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스타가 문화권력으로 부상한지는 오래지만, 요즘 스타는 어느 때 보다 귀하신 몸이다. 특히 제작 편수가 100편을 넘기면서 활황을 맞은 올해 충무로에서 스타의 입김은 거세기만 했다.

스타들의 콧대가 높아지다 보니 충무로 관계자들의 ‘떠받들기’는 더욱 힘겨워졌다. 인터뷰에 까칠하게 구는 것은 예사다. 스타라고 부르기에는 경량급인 여배우 C씨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 자체를 아예 안 하겠다고 선언해 주위 사람들에게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을 안겨줬다. 영화제작사 대표의 말이 전혀 먹히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예전엔 제작사 대표가 명품 가방 등 특별 선물을 안겨주면 못 이기는 척 인터뷰에 응했던 여배우들이 요즘은 요지부동이다.

영화 후반 작업 과정에서 까다롭게 구는 사례도 있다. 연기파로 알려진 여배우 D씨는 포스터 촬영 때 영화 속 역할과는 다르게 예쁜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 마케팅 담당자를 한숨 짓게 하기도 했다. 제작사는 스타가 부당한 요구를 해도 싫은 소리 한 번 못한다. 그랬다가는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꾹 참는다고 한다. 쓸만한 배우는 많지 않은데 영화 편수는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한 홍보 관계자는 말한다. “몇 년 전 (성격 거칠기로 악명 높은) 남자배우 E씨의 영화를 담당하면서 더 이상 (배우 다루는데)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이 그때보다 더 힘들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있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세간의 말도 있지 않은가. 요즘 전성기라고 심하게 착각하는 일부 스타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 아닐까.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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