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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反FTA 집회서 맞선 부여군 농민-경찰청 2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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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反FTA 집회서 맞선 부여군 농민-경찰청 2기동대

입력
200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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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6시40분 서울 명동 한국은행 앞.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서 마주섰던 충남 부여군 농민들과 서울경찰청 2기동대원들은 1년 만에 또다시 거리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이날 경찰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무산된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궐기대회'에서 반대편에 섰던 이들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 전경 "작년의 부상 악몽 생생 소모적 시위 왜 하는지"

“원천봉쇄라도 해야지요. 적어도 다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29일 오후 집회를 강행하려는 상경 농민 700여명과 막으려는 전경 1,400여명이 서울역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602전경대 이대영(21) 일경의 머리 속엔 8월 경북 포항시위가 떠올랐다. 당시 시위대에 끌려간 이 일경은 코뼈가 부러져 한달간 병원신세를 졌다.

그는 “22일 농민들의 시위양상이 과격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 부대는 지난해 11월15일 전국농민대회에서 최선봉에 섰다. 대원 중 부상자가 많았지만 농민사망 사건으로 강경진압의 선봉으로 비난받았다.

602전경대원 110명은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용산 미8군부대 외곽 경비를 하다 서울역광장에 투입됐다. 시위가 끝나면 30일 오전까지 철야경비를 서야 한다. 윤성환(22) 상경은 “농민들은 집회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우린 돌아가서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집회 예정인 오후 1시가 다가오자 분주해졌다. 농민들을 역사쪽으로 밀어넣으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극도의 긴장이 감돌았다. 김현복(22) 수경은 “시위를 막으면 남는 것은 상처 뿐”이라며 얼굴의 꿰맨 자국을 보여줬다.

대원들은 전날 온종일 특별훈련을 했다. 서울역광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는 ‘솥뚜껑 작전’이다. 상경 관광버스의 바퀴에 침목을 박는 훈련도 했다.

오후 4시 대원들은 농민을 따라 버스에 올랐고, 밤에는 휴식과 이동을 반복하며 농민들과 대치했다. 최원경(22) 이경은 “이렇게 소모적인 시위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다고 FTA 협상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라고 했다. 대원들에겐 무척이나 긴 하루였다.

● 농민 "경찰에 막혀 분산상경 농심 비명 안들리는지"

"죽겠다고 아우성치고 말 좀 들어달라고 울먹여도 귀 막고 입 닫는 건 폭력 아닌가요."

2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만난 이모(37)씨는 경찰이 서울역 등 주요 장소를 봉쇄했다고 전하자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이날 마을 주민 12명과 충남 부여에서 시외버스로 서울에 왔다. "오전 10시 지역 농민 40여명과 전세버스로 오려 했지만 경찰이 가로 막았다"는 이씨는 "일부는 기차로 나머지는 시외버스로 상경했다"고 전했다.

지하철에 오른 이씨 일행은 서로 멀찍이 떨어졌다. 혹시 모를 검문을 의식한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 씨는"경찰에 쫓기는 첩보 영화 주인공 같다"며 쓰게 웃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40분 지나 서울역에 도착한 이씨 일행은 2,3명씩 조를 나눠 흩어졌다. 서울역 광장은 누구 하나 얼씬하지 못했다. 오후 3시30분께 농민 300여명이 역사 안에서 "FTA 반대"구호를 외치는 동안 이씨는 다시 조용히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행선지를 묻자 목적지로 알려졌던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입구라고 했다.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한국은행 4거리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농민 학생 2,500여명이 왕복 8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했다. 그는 나이 지긋한 농민 2명을 가리키며 "몇 년 전만해도 젊은 사람들 데모하는 거 말리던 저 어르신들도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절박함에 죽자 살자 울부짖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3시간 가까이 경찰과 대치하던 이씨는 촛불집회를 위해 명동성당으로 이동했다. "농촌을 죽이는 FTA를 해야겠다면 죽이려는 이유라도 설명 해달라"며 협상을 밀어붙이는 정부를 비난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反FTA 시위대 도심 게릴라시위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궐기대회'가 경찰의 원천봉쇄와 시위 참가율 저조로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시위대가 집회 금지에 반발해 명동과 을지로 일대 도로를 기습 점거, 심각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상경 농민 700여명은 경찰이 기동대버스 40대를 동원해 서울광장을 차벽(車壁)으로 빈틈없이 에워싸자 서울역광장에서 FTA 반대집회를 시도했지만 이내 해산됐다. 다른 시위대 550여명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과 옥인동 일대 등 도심에서 게릴라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해산명령에 불응한 농민 9명을 연행했다.

곳곳에 흩어져있던 시위대 2,500여명은 오후 4시께부터 을지로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일대 8개 차로를 모두 점거하고 3시간 가까이 시위를 벌여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전북 전주에선 민주노총 50여명이 열린우리당 도당사 앞에서 각목을 휘두르고 돌을 던졌다. 경찰은 폭력을 휘두른 이모(34)씨 등 5명을 연행했다. 부산 광주 등 10곳에서 열린 다른 지방집회는 별다른 마찰 없이 끝났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전국 1,252곳에 전의경 383개 중대와 경찰관 1만3,555명을 배치해 서울집회와 시위대의 상경을 차단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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