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재미에 빠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선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사진 전문 갤러리 뤼미에르에서 개막한 <소통> 전에는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 이채욱 GE코리아 회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정광은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김일곤 대원주택 회장, 김순진 ㈜놀부 회장, 강윤선 준오헤어 사장 등 34명의 CEO들이 1점씩 직접 찍은 작품을 내놨다. 소통>
이들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주관하는 CEO 문예포럼 ‘필앤채’(feel & 彩) 중 하나인 사진동호회 멤버들로, 사진작가 조세현씨에게 사진을 배웠다. ‘필앤채’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배워서 감성 경영으로 기업에 색채를 입히자는 뜻을 담은 이름으로, 와인ㆍ사진ㆍ예술 동호회가 있고 음악 동호회도 곧 생긴다.
격무에 시달리고 해외출장도 잦은 CEO들이지만,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사진을 그야말로‘빡세게’ 공부했다. 조세현씨에게 강도높은 강의를 듣고, 누드 사진도 찍어보고, 제주도 등지로 촬영을 가고, 찍은 사진은 바로 출력해 발표하고 토론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실력을 키웠다. 그 결과 김성부 제일창투 회장이 멋진 누드 사진을 내놓는 등 몇몇 CEO들의 작품은 아마추어를 뛰어넘는 솜씨를 자랑한다.
이 모임의 열혈 동지인 김영삼 대한제분 전무는 폭우에도 사진을 찍고 불꽃놀이를 찍기 위해 몇 시간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하면 해외출장 중에도 카메라를 반드시 챙긴다.
“인생 2막, 은퇴 후 생활에서 즐겁게 사는 법과 행복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서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자칫 자기 확신이 지나쳐 외곬수에 빠질 수도 있는데, 사진 만들기를 통해 모든 사물을 전후좌우, 아래 위, 심지어 그림자까지 돌아보는 공부를 하다 보니 경영에서도 당연시하거나 미처 챙기지 못한 틈새들이 없지 않았음을 깨달았다”며 “사진의 다양한 시선과 따뜻한 온기로 감성ㆍ감동 경영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니게 됐다는 김순진 ㈜놀부 회장은 “해외 외식 시장을 살피러 갈 때마다 음식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는데, 동호회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며 “사진을 배우니까 디자인 감각이 훨씬 좋아졌고, 직접 찍은 사진으로 직원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설명해보니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영관 대교베텔스만 회장은 좋은 인테리어나 광고 카피 등을 찍는데, 일본의 한 백화점 내 서점에서 사진을 찍다가 쫓겨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는 최근 포토프린터를 구입, 직원을 모델로 촬영한 뒤 사진을 뽑아 선물하거나 고객들에게 작품을 증정하기도 한다.
전시는 28일까지. 30만원부터 시작되는 작품 경매를 해서 얻은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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