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대 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을 불우이웃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서울 강서구는 28일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황금자(82) 할머니가 어려운 사람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강서구장학회에 전 재산 4,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함경도 출생인 황 할머니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17세 때 일본군에게 끌려가 21세까지 혹독한 위안부 생활을 했으며 이후 귀국, 서울에서 남의 집 식모살이 등을 하다 1994년 등촌동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했다.
매달 위안부 생활안전자금(74만원)과 기초생활보장금(34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던 황 할머니가 먹는 것, 입는 것 아껴가며 모은 전 재산을 내놓기로 한 것은 사회복지사 김정환(41)씨의 영향이 컸다.
2003년 강서구 등촌3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위안부 생활의 악몽과 환청에 시달리며 매일 같이 동사무소를 찾아와 한 맺힌 사연들을 늘어놓던 황 할머니에게 말동무를 해주며 조심스레 다가섰다. 황 할머니는 김씨를 친자식으로 여기고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을 모두 너에게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황 할머니는 올해 1월 김씨가 강서구 가양동사무소로 옮기자 건강이 악화해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병중에도 “소중히 모은 돈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곳에 쓰자”는 김씨의 말에 귀를 기울인 황 할머니는 결국 전재산을 기부했다.
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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