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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김계관 베이징서 만나 '핵포기-상응조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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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김계관 베이징서 만나 '핵포기-상응조치' 논의

입력
2006.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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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28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핵 포기 의지를 보여줄 북한의 조치와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등을 논의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핵 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은 핵 포기 의지를 입증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미국은 한국전쟁 종료 선언 등 안보협력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차기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시설의 동결 및 핵 관련 시설ㆍ물질에 대한 신고 등의 가시적 조치를 취할 경우 9ㆍ19 공동성명에 명기된 대북 에너지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은 “북한은 핵 보유국의 지위를 갖게 됐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상응조치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상은 미국이 동결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도 서둘러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김 부상은 “자기의 춤과 박자를 소개하겠다는 힐 차관보의 초청으로 왔다”며 “우리는 핵 실험을 통해 제재와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당당한 지위에서 언제든지 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중재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는 북중, 미중, 북미 양자접촉과 함께 북중미 3자접촉도 진행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7일 전화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과 수단 문제에서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힐-김계관 中서 회동… 美 "핵동결·사찰수용을" 北 "상응조치가 있어야"

북미 양측이 다시 중국의 중재로 28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만나 6자회담 진전을 위한 사실상의 회담을 진행했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7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29일 다시 만나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런 진통은 접촉 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회담 재개(일자)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공을 미측으로 넘겼다. 핵 실험을 해치운 상황이어서 언제든 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차기 회담이 유용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베이징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이번 회동은 회담 재개 일정 확정을 위한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향후 회담에서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면 미국과 관련국들이 무엇을 대가로 줄 지의 윤곽, 즉 로드맵을 그리는 만남이었다.

10월 9일 북한 핵 실험 이후 1주일만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통과, 중국의 대북 압박, 6자회담 재개 합의,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압승 등의 곡절을 겪은 북핵 문제는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빠른 포를 타고 있다.

18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전쟁의 종료 선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 야망을 포기한다면 상응하는 안보협력과 유인책이 제공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이 북한과 주고 받을 목록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요구 목록을 ▦핵실험 사과 및 핵실험 무기한 중단 ▦모든 핵 시설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신고와 IAEA 조기 사찰 수용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일정 기한 내 이행 등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측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해제 문제도 사실상 협상의 도마 위에 올렸다.

하지만 이날 접촉은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김 부상은 6자회담이 열리면 BDA 동결 계좌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동결 해제를 약속해 달라는 취지로 힐 차관보는 BDA 문제를 실무그룹에서 논의한다는 10월 31일 합의사항으로 맞받았다. 미국측으로서는 효과가 컸던 BDA 계좌동결을 핵 문제 진전 여부와 연결해 다루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더 중요한 대목은 핵 실험 이후 완전히 달라진 상황 속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핵 시설 동결 및 사찰 수용 등의 조치를 취해달라는 미국측 요구에 대한 북한측의 답변이다. 북한측은 ‘동시 행동’과 ‘등가’의 원칙 등을 거론하면서 그런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미국측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핵 실험이라는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은 북한에 원상 회복에 이를 수 있는 신뢰를 요구하는 미국과 그런 조치에도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29일 서울에 올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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