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금메달은 야구의 몫입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 박진만(삼성)의 이야기다. 언뜻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최종 경기는 12월6일 중국전이다. 마지막 경기인 일본-대만전은 12월7일에 끝난다. 그 이전까지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하나 없이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말인가.
나란히 12월2일 메달을 결정짓는 한국의 첫 금메달 후보인 여자 사격 트랩의 이보나, 남자 유도의 장성호, 체조 단체전에 출전하는 남자 대표팀이 들으면 발끈할 이야기다.
하지만 박진만의 생각은 다르다. “30일 첫 경기에서 대만을 이기면 거의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냐. 더구나 대만전은 대회 공식 개막전보다 하루 앞서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사실상 확정 지으면 전체 선수단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카타르 도하의 알 라얀 스포츠클럽 야구장에서 5일째 훈련을 끝낸 야구 대표팀 전체의 생각이 그렇다. 대만전에서 승리한 뒤 12월1일 사회인 야구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일본을 꺾는다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까지는 예선을 거쳐 준결승과 결승전을 치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6개 팀이 풀 리그를 벌여 최종 성적으로 메달 색깔을 가리게 된다.
대만전 ‘올인’ 전략은 김재박 감독의 말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히며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수모를 겪었던 김 감독은 “대만전 이후 게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첫 게임을 하고 난 다음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의 예즈시엔 감독이 “투수들이 강해 대만이 우승할 것”이라고 하자 김 감독은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라”며 되받았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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