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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율 '헌 칼' 왜 썼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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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율 '헌 칼' 왜 썼나 했더니…

입력
2006.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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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통화조절 수단인 금리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콜금리를 올려도 시중은행의 금리는 거꾸로 움직이는 이상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한은이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낡은 카드를 끄집어 낸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보다 0.10%포인트 내린 연 4.47%로 콜금리 4.5%를 밑돌았다.

저축성 수신금리가 콜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2004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 평균금리도 당국의 경고와 창구지도에도 불구하고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1.25%나 콜금리를 인상하며 돈줄을 죈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는 것이 금융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리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올 들어 부동산 대출 수요가 금리 조정으로는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리 부담보다 부동산 상승을 통한 기대 수익이 훨씬 컸기 때문에 대부분 주택 수요자들이 금리에 대한 심각한 고려 없이 대출을 받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늘어난 대출 수요를 저리 해외자금 차입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한은의 금리 조절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 결국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화량은 계속 늘어나 예금금리, 대출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후 콜금리 인상에 따른 여ㆍ수신 금리 인상 효과는 직후 한달 정도에 그쳤고, 그 후에는 계속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한국경제연구원 이태규 연구위원은 "올 8월 이후 3개월 연속 콜금리를 동결한 데다, 금융권의 영업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금리가 급격히 하락했다"며 "최근의 유동성 규모로 볼 때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효과를 보려면 콜금리 목표치를 매달 인상해 6%대까지 상향하는 고강도 정책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선택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미국도 경기악화로 금리 인하 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금리 인상을 통해 과잉 유동성을 조절하려는 정책은 이미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동산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한은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지급준비율 인상' 뿐이었다는 해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은 금리와 유동성간의 연결고리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며 "한은도 고민 끝에 유동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준율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준율 인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12월 이후에도 금리에 별 영향이 없다면, 추가 금리인상 카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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