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희(70)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이 8년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전문지에 실렸던 논문을 최근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고도 비슷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 과학계에 과학자로서의 엄격성과 도덕성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 본보기로 평가하고 싶다.
조 소장은 1975년 미국 UCLA 물리학과 교수 시절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는 진단장비 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미 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어서 논문 철회는 더욱 무게를 갖는다.
1998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ANS)에 실린 문제의 논문'침의 신경과학적 발견'은 "침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 성과"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널리 인용돼 온 유명한 글이었다. 그런데 철회의 이유가 시료 조작이나 연구방법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후속 연구 결과 결론의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조 소장과 함께 연구와 논문 작성에 참여한 한의학계 학자들은 결론의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침술의 효과에 있어서 침점(경혈)의 위치가 중요한가, 침의 강도나 주기, 빈도가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후속 연구를 통해 엄밀히 규명할 문제라고 본다.
논문 철회가 연구성과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좀더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침술의 효과와 우수성, 작동기제 등을 밝히는 발전적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 본인도 "침술의 효과는 확실하다"며 "앞으로 침술 효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학과 기술도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하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발견이나 발명도 그런 한 걸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 박사의 논문 철회가 과학계는 물론 각계에 자신의 성실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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