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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서 교육혁명 모델로… 비결이 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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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서 교육혁명 모델로… 비결이 뭐냐고요?

입력
2006.11.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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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는 폐교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안학교랍니다.”

28일 경기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성내 남한산초등학교.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경계에서 직선거리로 1㎞남짓 떨어진 이 학교는 첩첩 산중에 안겨있는 단층건물이 강원도 여느 시골학교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다. 선생님이 “누가 말해볼까?”하면 서로 손을 든다. 쉬는 시간 없이 100분째 이어지는 수업인데도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하다.

이 학교는 2000년에만 해도 학생수가 26명으로 떨어져 폐교 대상이었다. 하지만 교장 승진후 처음으로 부임한 정연탁(57) 교장의 오기가 빛을 발했다. 정 교장은 “학교를 폐교 시켰다는 오명을 쓸 수는 없다”면서 뜻 있는 교사를 수소문해 지금의 진용을 짰다. 2명은 전교조 간부 출신이고, 2명은 국악전공과 동화작가이다.

이들은 공교육도 얼마든지 바로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의기투합했다. 다른 학교나 교육청에서 “오래 못 갈 텐데”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사들은 봄, 가을 1주일간 계절수업부터 실시했다. 봄에는 ‘손끝으로 하는 공부’라고 해서 목공 종이 끈 전통공예를 한다. 가을 1주일은 ‘자신감 수업’의 일환으로 무대에 선다. 남한산성문화제와 성남정보문화센터 등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 전교생이 공연에 나서는데도 전혀 위축됨이 없다. 또 3학년 때부터 1달에 1만원씩 저축해 6학년 때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상장도 없다. 서로 돕다 보면 남의 마음도 늘어나고, 제 그릇도 커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 학생수는 모두 120여명으로 80여명이 전학 온 학생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성남 광주 등 인근에 살고 있어 부모들이 등ㆍ하교를 시켜주고 있다.

이 학교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독일 덴마크 호주 대만 스리랑카 등에서 대안교육을 보러 왔고 전북 울산교육위원회와 서울대 대구교대가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 학교의 독특한 교육방식은 충북 거산초, 전북 삼우초, 경북 남부초, 부산 금성초, 시흥 계수초교 등으로 이어져 2003년 작은학교교육연대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이 학교 서길원(45) 교사는 “공교육도 얼마든지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이 학교를 태동케 한 정 교장을 포함해 원년 멤버들이 내년부터 순환근무 원칙에 따라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이 많아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부담이다.

정 교장은 “교사들이 신명을 바쳐 일했는데 완성을 못보고 떠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아쉽지만 이 나무가 앞으로 훌륭하게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6학년 박은희(12) 양은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는 모르는 게 있어도 그냥 넘어갔는데 여기서는 다 알아야 넘어간다”면서 “따돌림도 없고 수업도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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