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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덩치는 커졌는데 갈 길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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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덩치는 커졌는데 갈 길을 잃어…

입력
2006.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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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중앙에 위치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28, 29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시작부터 나토 군사동맹이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구 소련 영토에서 처음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는 냉전 체제 붕괴 이후 전개된 나토의 외연 확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토가 유럽과 대서양을 넘어선 첫 역외 작전을 펼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동맹 내부의 분열과 고민을 노출시키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입장 차를 보이며 경쟁해온 미국과 프랑스의 갈등도 또다시 확인됐다.

정상회의 첫날을 지배한 이슈는 탈레반 반군의 저항 공격으로 악화한 아프간 정세였다. 26개 나토 동맹국과 11개 비동맹국이 아프간에 파병한 국제치안지원군(ISAF) 3만2,000명은 올들어 탈레반 반군의 거센 저항 공격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달간 월 평균 600명이 저항세력이 개입한 공격에 사망했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4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은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아프간의 탈레반 소탕 군사 작전에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은 아프간 임무 확대를 꺼리고 있다. 나토는 아프간 작전 초반 수도 카불에만 한정했던 치안유지 활동을 전역으로 확대했으나, 탈레반 반군의 거점인 아프간 남부 최전선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의 병력만 주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프간 작전에 소극적인 나토 동맹국들에 지원 확대를 요구하겠지만 뜻을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의에 앞서 27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임무 확대 요구에 즉답을 피하고 대신 아프간 주요 파병국, 주변국가, 국제기구 성격의 접촉그룹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AP통신은 아프간 문제에 있어서는 현 상태 유지를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외 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등 아프간 파병국을 포괄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문제도 나토 군사동맹의 성격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의 이견을 부각시키고 있다. 나토는 옛 소련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는 대서양 집단방위체제에서 출발한 뒤 공산권 붕괴하자 폴란드 헝가리 라트비아 등 동구권 국가들을 가입시켰다.

미국은 나토를 대서양과 유럽 방위라는 지역적 제한에 가두는 데서 나아가 테러와의 전쟁, 에너지 안보 등 ‘전지구적 임무’를 수행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 유럽의 독자 방위 능력을 주장하는 프랑스는 글로벌 파트너십 제안에는 유럽방위기구라는 나토의 본질을 약화시키고 그 대신 글로벌 군사 동맹을 만들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다고 반대한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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