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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은 일하고 싶다/<중>땀·열정… 일자리가 보인다

입력
2006.11.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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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자격증 준비 前경찰관 61세 박건호씨

“앞으로 20년은 더 살 텐데 할 일 없이 시간만 죽여서야 되겠어.”

28일 서울 영등포의 한 기술전문학원. 30명이 들어찬 강의실에서 박건호(61ㆍ가명)씨가 뭔가 열심히 적고 있다. 그는 두 달 전부터 보일러 취급 기능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늦깎이 수험생이다. 그는 “보일러도 너무 복잡해 머리가 지끈거린다”면서도 “자격증을 따려면 견뎌야지”라고 말했다.

박씨는 3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2002년 정년퇴직했다. 그는 “죽어서도 경찰로 남을 줄 알았는데 막상 옷을 벗고 나니 그게 아니야”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퇴직 후 바로 취업을 생각한 건 아니다. 중풍에 시달리는 노모(85)를 돌보며 4년을 보냈다. 매달 받는 연금 200여 만원은 병원비와 생활비에도 빠듯했다. 그나마 자녀들이 장성해 교육비 등의 부담은 덜었다.

올 초에는 농사를 짓겠다며 고향인 경남 합천에 내려갔다. 물려받은 4,000여 평의 전답을 일구면 노후를 보내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농업고를 졸업한 그지만 농사일은 만만치 않았다. 농기계 다루기도 힘에 부쳤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도시로 떠난 탓에 이것 저것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다. “내 자신이 어찌나 초라해 보이던지.”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퇴직 후 홀가분했던 마음이 불안감으로 바뀌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여러 학원을 찾아 다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했다.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나’라는 생각에 서러웠다. 친구들은 “소일거리나 챙길 것이지 뭘 그리 요란을 떠냐”며 핀잔을 줬다.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 그는 “아직 팔팔한데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며 “학원에 앉아있으면 좀이 쑤시기도 하지만 아침에 배웅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박씨는 6개월 안에 자격증을 따낼 참이다. 그는 “취업해도 낮은 보수를 받겠지만 인생 2모작에 대한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며 “보험을 든 것처럼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커플매니저로 노익장 68세 신춘자씨

“선남선녀의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일보다 더 큰 보람은 없어. 덕분에 하루하루 신이 나지.”

28일 오전6시 신춘자(68ㆍ여)씨는 머리맡의 손바닥만한 수첩부터 뒤적였다. 젊은 남녀 80여명의 이름과 나이, 직업, 성장과정 등이 빼곡이 적혀있는 신씨의 보물1호다. ‘김씨네 아들과 박씨네 딸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오늘 다시 한번 만나봐야겠어.’ 커플매니저 신씨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신씨는 지난해 12월 지인을 따라 우연히 서울 도봉 시니어클럽에 들르면서 커플매니저의 세계를 알게 됐다. 국내 최초로 노인 커플매니저를 양성한다는 안내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정부의 일자리 지원사업이었다.

교육내용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던 그는 주저 없이 등록했다. 내친 김에 결혼상담관리사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남편(75)은 “그 나이에 자격증은 무슨…”이라며 타박을 했지만 신씨는 밤새워 공부해 합격했다.

커플매니저는 정보가 재산이다 보니 새로운 버릇도 생겼다. 사람을 만나면 결혼여부 먼저 캐묻는다. 처음에는 “왜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이젠 제법 능숙하게 사람들을 다룰 수 있게 됐다.

노인 커플매니저의 경쟁력은 뭘까.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보다 집안 내력과 사람 됨됨이까지 꼼꼼히 따지는 게 강점”이라며 “일반 결혼정보회사와 달리 상술(商術)에 휘둘릴 걱정이 없어 마음이 놓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신씨가 다리를 놓아 현재 교제하고 있는 커플은 15쌍이다. 결혼에 성공한 커플을 볼 때마다 그저 행복을 기원할 뿐이라는 그는 “항상 누군가를 찾아 다니며 바쁘고 활기차게 지내는 모습을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뿌듯해 했다.

현재 신씨와 함께 활동하는 노인은 60명 남짓하다. 회원 가입비와 성혼 사례금 일부를 보수로 받지만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라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신씨는 그러나 “저출산 시대에 결혼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광수기자

재취업 바늘구멍 이렇게 뚫었죠

중견기업 부장을 지내다 1년 전 구조조정된 김형중(56)씨는 8월 서울의 한 제조업체 생산직으로 들어갔다. 연봉은 전 직장의 절반이다. 교통비와 식대를 빼고 나면 살기에 빠듯하다.

그는 “부하 직원 부리던 사람이 선뜻 공장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게 쉬웠겠느냐”며 운을 떼었다. 그러나 눈높이를 낮추기로 생각을 고쳐 먹은 그는 “지금의 1개월 고생과 경험이 10년 후 내 모습을 바꾸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령자 취업이 바늘구멍이라지만 생각을 바꾸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면 길은 있다.

구직 전선에 나선 고령자들은 과거의 화려한 경력을 잊어야 한다. 과거에 집착하면 실업의 수렁에 더 깊게 빠질 뿐이다. 새로운 환경에 눈높이를 맞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인터넷과 친해져야 한다. 장광규(58)씨는 “인터넷 덕에 3년 간의 실업자 신세를 면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말 다니던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주저 없이 사표를 냈다.

회사를 운영하는 친척과 친구들에게 부탁하면 곧 재취업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기대는 실망이 됐다. 다들 회사가 어렵다며 손사래 쳤다. 그는 올 초 인터넷 이용법을 배웠다. 9월 취업포털 워크넷을 통해 경기 안성의 한 중소기업에 들어간 그는 “정보도 많고 정리도 일목요연하게 잘 돼 있는 인터넷이 취업 효자”라며 웃었다.

이력서에 전 회사 이름만 쓰면 취직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어떤 업무를 맡아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도표나 수치로 표현한다. 전 직장과 동종업계를 노린다면 그 동안 구축한 인맥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령자 재취업 전략 10계명

1.컴퓨터와 친해져라-취업 정보는 인터넷에 모인다

2.눈높이를 낮춰라-"내가 왕년에…"는 과거일 뿐이다

3.이력서에 공들여라-인맥과 경력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4.규칙적으로 운동해라-기업주는 고령자의 건강부터 생각한다

5.발품을 팔아라-취업행사나 알선기관을 자주 찾는다

6.재취업 교육을 받아라-유망 자격증을 따는 것도 좋다

7.취업일기를 적어라-자신의 고쳐야 할 점이 보인다

8.미리 준비하라-재직 중에 퇴사 후를 위해 능력개발을 한다

9.서두르지 말라-허위 과장광고에 취업사기를 당할 수 있다

10.의기소침하지 말라-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열정이다

<자료:인크루트>

●고령자 취업알선기관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 www.noinjob.or.kr 1588-1877.

△대한노인회 노인취업알선센터 www.koreapeople.co.kr (02)713-1015

△대한은퇴자협회 고령자인재은행 www.karpkr.org (02)456-0308

△고용지원센터 jobcenter.go.kr 1588-1919

△고령자워크넷 senior.work.go.kr 1544-1350

△한국노인인력개발원 www.kordi.or.kr (02)6203-6901~7

△한국시니어클럽협회 www.silverpower.or.kr (02)747-5508

△노사공동재취업센터 www.newjob.or.kr (02)368-2300

△경총 아웃플레이스먼트센터 www.nextjob.or.kr(02)3273-2900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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