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한 때 연중 최저치가 무너졌으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등에 힘입어 930원대를 힘겹게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폭락하는 등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올 연말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원화절상 속도가 빨랐던 만큼 단기간에 900원 선을 위협하는 등의 급락세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장초반 927.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중 최저치인 지난 5월 927.3원을 하회하는 것이며, 종가 기준으로 1997년 10월23일 921.00원 이후 9년1개월 만의 최저 기록이다. 하지만 이후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수입업체의 결제물량이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여 전주말보다 1.4원 하락한 930.6원으로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7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는 세계 6개 주요통화의 평균치와 대비해 20개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전세계적인 달러화의 하락세는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는 지난주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1%로 0.5%포인트 낮췄고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도 3.3%에서 2.9%로 0.4%포인트 하향했다.
여기에 2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설에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인하를 시사할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지난 주말 전세계 달러화 폭락에 불을 지폈다.
추락하는 미국경제와 달리 유로권이나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미 달러가 누려온 세계 유일 기축통화 지위가 최근 급격히 흔들리는 것도 달러 하락세의 바닥을 쉽게 점칠 수 없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12월부터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회복세를 바탕으로 다음달 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를 넘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달러 하락을 촉진시키는 요소다.
개발도상국들의 유로화 자산보유 비중은 1999년 18%에서 올해 3월 25%로 늘어난 반면, 미 달러 보유비율은 71%에서 66%까지 감소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수급상황 역시 달러화 매도세가 우위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환율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박희찬 연구원은 "연말까지 원화는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강세에 동조화 경향이 나타나겠지만, 920원대 밑으로 하회할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며 이를 우려한 정부의 개입도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7일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환율 하락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출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상환 기간을 최대 1년6개월 미뤄주기로 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