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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경제 갉아먹는 '저신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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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경제 갉아먹는 '저신뢰의 위기'

입력
2006.11.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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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악성종양을 더욱 키우는 갈팡질팡 부동산정책에 올인 하는 사이에 성장 고용 민생 등 경제의 본류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책ㆍ통화 당국은 소비회복세만 다소 부진할 뿐, 설비투자 수출 건설경기 물가 등 주요 지표가 정상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하나 '지금 우리 경제는 어디에 서 있나'는 물음이 꼬리를 문다. 급기야 여당 대표마저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은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니 답답한 일이다.

그나마 국제 유가가 하락안정세인 것은 다행이지만, 날개 없이 추락하는 환율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연초 대비 10% 가까이 떨어진 원ㆍ달러 환율은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그치지 않고 '수출 3,000억달러 시대'의 금자탑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고 있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에 따른 구조ㆍ추세적인 것이어서 외환당국의 개입에 한계가 있고 결국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개별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풀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권과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환율의 단기 급등락까지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문제다.

정부는 나름대로 직접 혹은 구두 개입을 통해 환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르나,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의 정책 우선순위가 뭔지 모른다"는 재계의 힐난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지적은 말만 거창한 성장동력 확충 로드맵,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의 일자리 정책, 백화점식 대책만 판치는 민생 개선 방안, 변죽만 울리는 투자환경 개선 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죽하면 외국언론이 "부동산 광풍에 허둥대는 한국정부가 '정책마비(policy paralysis)'에 처했다"고 비꼬며 가계부채 급증, 소비 침체 등에 따른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의 출현을 경고하겠는가.

경제관료 출신인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은 엊그제 "한국 경제가 저성장 민생피폐 권위상실 북핵위기 등 4대 덫에 빠졌다"며 특히 패거리 리더십이 낳은 '저신뢰의 위기'가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데도 경제가 잘 가고 있다는 정권의 배짱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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