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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전효숙 지명 철회/ 체면 구기고 인사권 상처 '사실상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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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전효숙 지명 철회/ 체면 구기고 인사권 상처 '사실상 백기'

입력
2006.11.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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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정국 경색을 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로써 변변한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온 식물국회 상황도 일단 해결의 가닥이 잡혔다.

노 대통령이 석 달간의 고집을 꺾고 뒤늦게나마 전 내정자 지명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정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부담이다. 여야가 ‘전효숙 파동’으로 티격태격하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는 물론 노 대통령이 공을 들여온 사법개혁법안, 국방개혁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 법안도 덩달아 올스톱 됐다.

30일 국회 본회의가 남아 있지만 한나라당이 이미 4번이나 실력 저지한 마당에 현실적으로 전 내정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오히려 한번 더 여야가 충돌하면 민생 법안처리가 물 건너 가는 등 풀기가 더 어려워진다.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이 주요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정기국회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좋든 싫든 국회 파행을 감수하든지 전효숙 카드를 버릴 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서 노 대통령은 26일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상의하자”며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를 불쑥 꺼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거절해 모양새만 구겨졌다. 노 대통령은 27일 여당이라도 달랠 요량으로 만찬을 제의했지만 이번에는 김근태 의장이 거절했다.

정치협상회의로 상황이 더욱 꼬이면서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전효숙 카드를 고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노 대통령은 지명 철회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비서진 이상으로 강경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이에 대해 “27일 오후 전 내정자가 스스로 지명 철회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여당 내에서도 지명 철회 요구가 번지는 것을 보고 “밀려서 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결정해 최소한의 명분을 쥐겠다”고 계산한 것 같다. 청와대가 “이제 여야도 협상력을 발휘해 막혔던 국회를 정상화시키길 바란다”고 새삼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에 대해 경색 정국을 풀려는 노 대통령의 용단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상처는 크다. 위헌 논란에 휘말려 체면이 손상됐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도 큰 상처를 입었다. 사태를 푸는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당과의 갈등은 임기말 증후군과 맞물려 노 대통령의 입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의 도움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홀로서기로 버텨야 하는 임기말 현실을 실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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