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지명 철회된 전효숙(55)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는 100일 넘게 헌재소장 임명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삼아온 야당에 대해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로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이를 방관한 여당을 향해서도 “국회가 헌법과 헌재를 경시하는 행위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쓴 소리를 뱉어냈다.
전 내정자는 자신의 입장을 밝힌 보도자료 초반에 “헌재소장의 임기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어 가장 합리적인 견해를 따라 재판관직을 사직한 뒤 임명절차를 밟았다”며 “이후 3일간 혹독한 청문절차를 마쳤으나 법적 견해를 달리하는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을 구하는 절차까지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초 인사청문회였던 9월 6일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 조항에 어긋난다고 지적, 같은 달 21일 청와대가 다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해야 했던 과정을 해명한 것이다.
그는 “후보자의 자질평가, 헌법 규정에 대한 견해는 의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국회는 표결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은 독자적인 법리만이 진리인양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대로 보정한 절차도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고 비난했다.
여당도 서슴없이 질타했다. 그는 “다른 (여당)의원들은 물리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수수방관하면서 동의안을 상정조차 하지않고 정쟁만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전 내정자가 낙마함에 따라 사상 최초가 될 뻔했던 여성 헌재소장 임명은 물거품이 됐다. 사법시험 17회인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특허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는 법관이었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2003년 2월 여성 최초로 고등법원 형사부장 임용, 2003년 8월에는 첫 여성 헌재재판관이 되는 등 고속승진의 길을 달렸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이자 비교적 진보ㆍ개혁 성향 때문에 ‘코드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중도하차했다. 그는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국가 발전을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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