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민족공원 개발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이번에는 ‘지하개발’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 지상은 공원으로 조성하되 지하에 문화ㆍ상업시설을 조성하는 안을 마련했지만 서울시는 “자연생태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인공시설물도 허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용산민족공원의 일부를 상업지역으로 개발하고 이를 위해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용도변경 권한을 부여한 ‘용산민족공원 특별법’을 발표한 뒤 갈등을 빚었다.
정부 "멀티플렉스 형태로 개발"
국무조정실 용산공원추진단은 27일 용산민족공원의 지하 일부를 대형쇼핑몰이나 코엑스와 같은 멀티플렉스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고 이를 위해 ‘용산민족공원 특별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최종 정부안으로 확정된 뒤 조만간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신분당선 역사가 들어설 용산 국립박물관 인근을 포함해 공원주변의 지하철역과 연계해 상가와 음식점, 영화관, 휴식공간 등이 들어서는 지하복합 쇼핑몰 조성을 적극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용산공원추진단 관계자는 “용산공원을 국제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대신 공원의 기능과 효율성을 증진하고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지하 일부를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용산공원 특별법 조항 중 서울시가 삭제할 것을 요구해 온 건설교통부 장관의 용산공원 용도변경 권한을 ‘지하개발’이나 ‘공원기능 및 효율증진과 기존시설 합리적 이용’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토록 수정했다.
서울시, "저의가 의심스럽다"
서울시는 “공원 지상을 일부 개발해 대규모 수익을 창출하려던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지하개발로 돌아선 것이며 이를 허용하면 공원의 지하공간이 대규모로 개발되는 것은 물론 지상개발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는 특히 정부가 특별법안 14조를 삭제하지 않고 건교부 장관의 용도변경 사유를 ‘공원기능 및 효율증진과 기존시설 합리적 이용에 필요한 경우’로 여전히 포괄적으로 허용토록 한 것은 결국 용산공원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는 법안을 만들기 전에 지하개발에 대한 초보적 단계의 그림이라도 그려 국민에 공개하고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은 “공원의 일부 지하를 개발해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이전비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측은 “공원 이용객 편의시설은 어차피 지하철 역사가 조성되면서 현행 공원법과 철도법에 따라 상가나 음식점 등이 들어서는 소규모 편의시설이 들어선다”며 “정부가 굳이 대규모 수익이 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구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용산민족공원 조성과 관련해 건교부장관의 용도변경 권한을 허용하지 않는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반영된 용산공원 조성법안은 진영 한나라당의원의 발의로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따라서 건교부장관 권한으로 지하개발을 허용하는 정부안이 확정돼 제출되면 용산민족공원 조성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간의 3라운드는 국회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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