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4일 동안 터키를 방문한다. 그러나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도인 터키에서는 9월 이슬람을 폭력과 연결시킨 교황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26일 종교 정당인 이슬람지복당 주최로 열린 시위에는 2만5,000여명의 시민이 참가, 교황의 반 이슬람 발언과 터키 방문에 거세게 항의했다. 시민들은 ‘교황은 터키에 오지 말라’ ‘테러의 근원은 바티칸’ 등이 씌어진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터키 정부는 시위 현장에 4,000명의 경찰 병력과 진압용 차량, 헬기 등을 동원,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외신들은 터키 정부가 비종교적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유럽연합(EU) 가입 승인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이번 교황의 방문을 이용하려 하지만, 터키 내 이슬람 단체들은 교황이 무슬림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과 불공정함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터키가 종교, 문화적으로 서구와 다르다는 이유로 EU 가입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바티칸은 교황 방문 전 이슬람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바티칸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은 터키와 터키 지도자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며, 진실된 우정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터키의 EU 가입문제에 대해서도 26일 터키 국영 아나톨리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회원자격을 갖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바르톨로뮤 1세 총대주교를 포함, 그리스 정교, 아르메니아 정교, 시리아 정교, 유대교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기로 해놓고 정작 이슬람 지도자들과는 회담 계획을 잡지 않았다. 이스탄불의 유명 관광지인 술탄아흐멧사원(블루 모스크) 방문 일정을 뒤늦게 추가했지만 ‘종교간 화해’를 보여주기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비잔틴 제국 시절 대성당이었던 아야소피아를 방문키로 한 것은 오히려 이곳이 원래 기독교도의 성당이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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