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야당 사회당이 26일 사상 첫 여성대통령에 도전하는 세골렌 루아얄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한데 이어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도 이번 주 대선 후보 경선전을 시작한다.
지난 16일 경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돼 세계의 주목을 받은 루아얄은 이날 후보지명을 수락하면서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프랑스 역사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를 열고 있다. 프랑스의 새 희망이 떠올랐다”면서 대선 승리를 위한 단합과 소수 인종 통합을 역설했다.
여당인 UMP도 당 총재로서 대선 후보 당선이 유력한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30일 경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30만 등록 당원이 참여하는 UMP의 대선 후보 경선은 내년 1월14일 치러진다.
UMP의 경선에는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미셀 알리오-마리 국방장관도 나설 예정이지만, 사르코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지난 주 당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는 무려 77%의 지지율로 빌팽(16%)과 알리오-마리(17%)를 크게 앞질렀다.
때문에 UM의 경선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재출마 여부에 쏠려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내년 초 3선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이지만 여건상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극우파 정당인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도 최근 17%의 지지율을 얻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이념적 한계로 대선 파괴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내년 4월 실시될 대선은 결국 사르코지와 루아얄의 ‘2파전’이 유력하다. 대선의 최대 변수는 지난 25년 동안 프랑스를 사로 잡아온 좌우 이념이 아닌 경제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7일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면서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분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UMP와 사회당의 당헌과 강령에 따르면 양측의 경제정책은 좌우 이념만큼 뚜렷하게 대비된다. UMP가 경제성장을 위해 근로시간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사회당은 수요확대가 성장의 핵심인 만큼 임금을 올리고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맞선다. 주당 35시간의 근로시간, 탄력근로제 도입, 최저임금제, 연금, 기간산업의 민영화도 양당간의 차이가 확연히 대비된다.
문제는 루아얄이 경선에서 내세운 정책들이 사회당의 기본 노선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아얄은 교사들의 근로형태에 이의를 제기함은 물론 주 35시간 근로제가 오히려 프랑스의 노동법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하고 심지어 문제 학생들의 병영입소까지 주장하는 등 우파 성향의 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루아얄의 이 같은 정책들이 사회당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면 우파인 UMP의 정책과 간극이 상당히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도 이젠 이념 보다 먹고 살기가 우선시되는 세계적 조류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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