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반 독감보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AI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반면, 일반 독감에 따른 사망자 수는 매년 3만6,000명이나 된다.
25일 발행된 미국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는 사람들이 상시 노출돼 있는 위험은 무시하고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위험은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이 기름기 많은 프렌치 프라이나 소금에 절인 나초는 별 생각 없이 사 먹으면서 시금치를 살 때는 병원성 대장균 ‘E 콜리 박테리아’를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위험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생물학적 이유로 타임은 뇌가 아직도 선사시대 그대로라는 점을 제시했다. 인류는 즉각적인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위험을 판단하는 뇌의 부분은 즉시 ‘싸우거나 피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가장 원초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은 원시적 감각이 반응한 뒤 2차적으로 일어난다.
공포와 생소함은 원초적 감각을 자극해 판단을 흐린다. 미국에서 심장마비로 숨지는 사람이 에이즈로 숨지는 사람보다 50배나 많은데도 에이즈를 더 위험하게 여기는 것은 에이즈가 훨씬 공포스럽기 때문이다. 9ㆍ11 테러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돌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행기를 타기보다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상황을 어느 정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위험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그러나 미국에서 매년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은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은 4만4,000명이나 된다. 9ㆍ11 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비행기 대신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그 해 4ㆍ4분기 고속도로 사망자 수는 예년의 3배로 급증했다.
타임은 정부와 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나 수질 오염은 사람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일깨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부가 작은 가능성을 과장할 경우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널리스트인 론 서스킨드는 저서 <1퍼센트 독트린>에서 조지 W 부시 정부가 1%의 가능성도 100%의 가능성과 마찬가지라며 이라크전을 벌인 결과, 결국 수십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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