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정권 초기에는 강남권을 비롯한 소위 버블세븐 지역만을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금과 규제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에 집착했다. 급작스러운 보유세, 양도소득세의 확대와 자기집 자기가 새로 재건축하겠다는 것도 못하게 하는 강압적 규제정책이 동원되었다. 공급의 확대 없이 수요억제에만 매달리면 실패할 것이라는 비판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
●감정적 차원의 정책 남발
수요억제 정책이 실패하자 이젠 다시 공급확대 정책을 내걸었다. 강남지역과 같은 신도시를 건설한다면서 인천 검단지역에 아파트 공급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의도와 전혀 딴판이었다.
오히려 가격상승이 다른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될 뿐이었다. 이에 대응해 나온 정책이 신도시의 아파트분양가를 정부 지원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어 주겠다니 또 얼마나 많은 투기를 조장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왜 이리 되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의 이해 없이 현상만을 해결해 보겠다는 다분히 감정적 차원에서 정책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부동산을 왜 소유하려 하는가? 첫째는 거주를 위함이고 둘째는 자신의 자산을 유지하고 또 증식하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이 부동산의 소유를 통해 동시에 추구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증식시키겠다는 열망이 몹시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재산의 80퍼센트 이상이 주거용 부동산으로 구성되고 있음에 비해 미국은 주거용 부동산이 40퍼센트 정도, 비주거용 부동산을 합해도 6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국민들은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소유를 자산 증식의 방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아직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면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 방식이 되어 온 우리의 경제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높이 오르는 반면에 다른 자산의 가격, 특히 이자율은 그에 비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정권이 경기부양 수단으로 오랜 기간 동안 극도의 저이자율 정책을 써 온 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큰 요인이 되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더욱 현 정권이 추진해온 소위 국가균형발전전략은 온 국토에 부동산 투기 분위기를 조장하였을뿐 아니라 엄청나게 뿌려진 토지보상금이 시중의 유동성을 크게 증가시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이 되었다.
●인위적 규제가 투기 유발
국민들이 부동산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한, 정부가 개입하여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노력은 성공하기 어렵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용 주택의 공급과 가격안정화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고급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결국 부유층의 재산증식 수단일 터이니 부동산 거래를 투명화하고 증식된 자산에 대해 적절한 양도소득세와 재산세만을 부과하면 될 것이다. 정부가 주식시장에 개입하면 안 되듯이 고급 아파트의 공급은 시장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 낮추겠다고 국민의 세금 쓰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또한 인위적 규제를 통해 투기적 동기를 유발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교육평준화한다고 학군제를 실시한 결과 오히려 8학군과 같은 불평등 교육지역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다시 강남지역에 부동산 투기 동기를 부채질한 것이 아닌가? 교육평준화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강남 이외의 지역에 과감한 교육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 문제는 청와대의 정책보좌관 한두 사람이 해결하겠다고 소리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부터 고쳐 잡고 연관된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개선하며 차근히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일이다.
이영선ㆍ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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