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린우리당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는 게 유행이다. 정권의 임기 말 인기가 떨어진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다음 대선과 총선을 기약할 수 있는 여당으로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이 마구 나서는 모습은 영 보기 좋지 않다.
지난 주 우리당의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국회 법사위에서“대통령이 통수(統帥)를 잘못해 법원과 검찰, 검찰과 경찰이 싸움질만 한다”고 힐난했고, 비대위원인 정장선 의원은 “여당 중진을 자꾸 입각 시키는 인사 스타일 때문에 여당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당 지도부에 속해 있다. 하긴,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이나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공개 비판한 마당에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물론 그들의 말이 대체로 맞다. 하지만 비판도 적당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눈으론 그들도 경중의 차이가 있을 망정 정권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을 공격하는 의원들에게 “그 정책이 입안 될 때 당신은 어디 있었느냐”는 말이 따라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입바른 소리를 잘 하는 여당이 힘을 쏟고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정계 개편이다. 판을 바꾸고 선거구도를 흔들어 재집권을 해보겠다는 공학적 접근이다. 속이 뻔히 드러나는 산수(算數)에 불과하다. 여론이 냉랭한 것도 그래서다.
여당의 진짜 반성과 비전 제시는 없다. “잘못했다”는 것은 말뿐이다. 실은 대통령 때리기로 면피 하는 데 열심이다.
국민의 80% 정도는 노 대통령이 그 동안 국정운영을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당 의원들이 앞 다투어 손가락질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젠 여당이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양정대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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