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연말 국정 현안 처리를 위해 여ㆍ야ㆍ정 정치협상회의를 가질 것을 제의했다. 정기국회 회기가 2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국정 쟁점들의 타결이 어려운 난국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서로 엇나간 지가 오래 된데다, 여당은 여당대로, 또 야당 역시 구심점을 잃은 채 허다한 국정 현안들이 표류 상태인 점을 생각하면 숨 막힐 지경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애로들을 한시라도 빨리 타개해야 할 필요성이야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북한 핵 실험 이후 안보상황의 심각성을 필두로 부동산정책, 사학법 개정, 국민연금법안, 비정규직 법안 등 민생 현안들까지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들은 나열하기 벅찰 정도다. 여기에 통일ㆍ외교 신임 장관 등 인사문제의 찬반이 격렬히 맞서 있고, 특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경우 지명절차에서부터 생긴 위법 논란은 국회에서 해소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 사이 정부 여당의 무능과 독단, 아집이 대개의 사태를 꼬이게 하고, 그 와중에 해당 정책들이 비틀거리게 된 것임은 일일이 되새길 여지도 없다. 물론 여기에 야당의 무 소신과 눈치보기, 우유부단이 가세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전후 인과가 어떻든 그 바람에 정치권 전체의 기능은 거대한 질곡에 빠져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국민의 마음과 서민 생계가 입은 갖가지 상처와 고통, 깊은 좌절 등이 모두 집권층의 직접 책임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에게나 분명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제안이 언뜻 그럴 듯해 보이지만 먼저 입증하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자신의 실정에 대한 반성과, 시정이나 개선에 대한 진정한 의지라고 본다. 여ㆍ야ㆍ정이 정치협상을 벌인다고 해도 기술적인 타협이 가능한 부분이 있고, 끝내 수정 불가능한 책임정치의 영역이 쟁점 별로 다를 것이다.
함께 집권하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도 서로 반대파처럼 딴 목소리인 판에 협상의 실효성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하물며 향후 국정 운영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하자는 제의는 현실성이 약하다. 대연정이나 중립내각으로 국정을 풀자던 이전의 제안들이 시의와 핵심에 동떨어진 탓에 설득력을 갖지 못했던 것과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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