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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집값도 강남-강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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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집값도 강남-강북 현상

입력
2006.11.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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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에서 24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권모(38)씨는 아파트 이야기만 나오면 울화통이 터진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인 딸로부터 “친구들이 못사는 동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권씨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290여만원. 하지만 잘 나가는 곳은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600만~800만원에 달한다. 권씨는 “서울에만 강남북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지방에서도 그 격차가 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최고 6배 차이 나는 곳도

지방 부동산 시장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여건과 교통접근성 등에 따른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업체들이 명품선호를 자극한 결과이다.

‘부산의 강남’으로 꼽히는 해운대 센텀시티의 평당분양가는 2,000만원을 웃도는 등 수영구와 강서구 일대 신도심이 뜨는 반면 북구와 사하구, 서구, 동래구 등 구도심은 350만원에 머물러 최고 6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이 ‘명품은 불황에서도 통한다’는 논리로 명품마케팅을 펼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대구도 교육과 교통 등의 영향으로 지역내 아파트값이 5배가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방 8학군’으로 불리는 수성구의 경우 지하철2호선 구간인 범어동 지역에 최근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평당 1,300만원의 고분양가임에도 입주자들이 줄을 서는 반면 북구와 동구에는 250만원짜리가 넘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없다.

대전과 인천도 지역에 따라 3배가 넘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수 학군으로 떠오른 대전 서구 둔산동의 경우 30평짜리가 평당 1,000만원대지만 중구와 동구는 평당 300만원대에 불과하다. 인천도 경제특구인 송도국제도시에는 32평형 아파트가 4억5,000만∼5억원으로 2년전에 비해 두배로 올랐으나 저소득층이 밀집한 동구 화수동은 1억5,000만원대로 3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분양 속출속 투기바람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하면서 한쪽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다른 쪽에서는 고분양가에 따른 거품이 우려되고 있다. 미분양이 속출한 울산 남구 달동 S, 중구 I아파트는 계약금을 10%에서 5%로 줄였고 D아파트는 계약후 계약을 하지 않아도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되돌려주는 ‘계약금 리콜제’를 도입했다. 광주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방의 1가구 2주택자에게도 큰 부담이다. 대전 유성구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유모(55ㆍ공무원)씨는 기존 중구의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으나 찾는 사람이 없어 몇 달째 애를 태우고 있다.

반면에 최근 경남 마산시 메트로시티 아파트 분양추첨 현장에는 2,127세대 분양에 1만5,080명이 몰려 투기열풍을 실감케했다. 이번 분양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36평형은 779만원에 달했다.

울산지역 부동산컨설턴트 김재형(46)씨는 “지방 주택시장이 고분양가와 공급과잉, 수요위축 등 ‘트리플 악재’에 허덕이고 있다”며 “지자체들이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을 검토해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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